조석래 회장 급작스런 사퇴 배경은…

2010-07-06 16:49

(아주경제 김지성 기자) 조석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7일 사퇴를 표명했다.

전날 검찰이 미국 내 불법부동산 취득 혐의를 받고 있는 효성그룹 회장의 장남 조현준 사장과 삼남 조현상 전무를 불구속 기소할 방침을 밝힌 것이 급작스런 사퇴의 배경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조 회장은 이날 회원들에게 보내는 서신을 통해 “그동안 재계를 대표하는 중책을 맡아 최선을 다하고자 했으나 건강상의 이유로 주어진 임기를 다 마치지 못하게 돼 송구스럽다”고 밝혔다.

또 조 회장은 "전경련이 한국경제 도약의 구심체 역할을 지속해 갈 수 있기를 바라며 건강이 회복되면 미력이나마 힘을 보태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지난 5월 제2차 300만 고용창출위원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조석래 전경련 회장(왼쪽 두번째)


실제로 지난 2007년 3월 20일 제31대 전경련 회장에 취임한 조 회장은 재계의 화합과 전경련의 위상제고에 큰 역할을 했다. 지난해 연임에 성공한 것은 그'역할‘에 대한 회원사의 평가가 반영됐다.

특히 조 회장은 현 정부의 정책과 발맞춰 기업들의 고용창출을 독려하면서 한국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를 빠져 나올 수 있는 견인차 구실을 해냈다.

또 조 회장은 기업규제 개선방안 제시에도 열심이었다. 이를 통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데 일조했으며, 올해 들어서는 노사관계 선진화에 대한 해법을 내놓기도 했다.

아울러 민간 경제외교 사절로서 한·미 FTA, 한·EU FTA 등의 성사를 위해 연구자료를 내고, 수시로 의견을 제시했다. 조 회장 자신도  이를 위해 무려 130일간 30회에 걸쳐 지구를 7바퀴 돌면서 의욕적인 경제외교를 펼쳤다.

그래서 7개월여의 잔여임기를 남긴 현재 조 회장의 사퇴표명에 재계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대기업 한 임원은 "뜻밖이어서 놀랬다"며 "조 회장이 특유의 리더십으로 재계를 추스리고 가는 모양새여서 사퇴를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때문에 재계 일각에서는 조 회장의 '뜻밖의' 사퇴표명 배경을 최근 효성그룹을 압박하고 있는 검찰수사에 따른 피로감이 쌓인 결과로 보고 있다.

재개 한 관계자는 "아들 문제이지 않느냐"면서 "검찰이 불구속이기는 하지만 기소방침을 밝혔으니 조 회장도 던질 수 있는 패를 던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나름의 해석을 내놓았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는 조 사장과 조 전무에 대한 재소환없이 수사를 가급적 빠른 시간 내 마무리해 불구속 기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조 사장의 경우 횡령과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고, 조 전무의 경우 외국환거래법만 적용해 기소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 사장은 2002년과 2006년 부동산 등을 매입하면서 회삿자금을 쓴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조 전무는 2008년 부동산을 매입한 뒤 기획재정부에 신고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한편 조 회장의 사퇴표명의 배경은 '건강상의 이유'라는 것이 전경련 측의 공식입장이다.

전경련 측은 "올해 75세로 평소 건강했던 조석래 회장은 재임기간 동안 재계를 대표해 국가경제발전을 위해 대내외적으로 왕성한 활동을 해 왔지만, 최근 건강검진에서 휴식을 요하는 진단을 받아 입원치료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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