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계의 트위터 바람
(아주경제 박재홍 기자) 2009년 6월, 지구 반대편 한 소녀의 죽음으로 이란 대통령의 부정 선거에 항의했던 시민들의 이야기가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시위대 사이에서 경찰의 총에 맞아 죽어가는 장면은 휴대폰으로 촬영돼 지구촌의 눈을 모두 이란으로 집중시켰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트위터’라는 생소한 이름이 있었다.
미국에서 시작된 140글자도 쓰지 못하는 초 미니 블로그 서비스는 그렇게 전 세계적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2010년, 한국에서는 때 늦은 트위터 바람이 불고 있다.
그리고 그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이들 가운데는 그 누구보다 '소통'을 강조하는 정치인들이 있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얼마 전 새롭게 트위터를 개설하며 2만 여명에 가까운 팔로어를 끌어모아 화제다.
같은 당 나경원 의원도 뒤늦게 7·14 전당대회 출마의사를 밝히면서 트위터를 사용했다.
6·2 지방선거에서 젊은 유권자들이 트위터를 통해 ‘인증샷’을 올리고 투표를 독려해 54.5%라는 15년만의 최고 투표율을 기록하면서 트위터가 정치인들 사이의 새로운 홍보매체로 각광받고 있다.
일년 전 세계를 움직였던 트위터 열풍에도 꿈쩍 않던 한국의 트위터 사용률이 최근 급격하게 증가해 트위터 사용국 중 일곱 번째로 많은 글을 쏟아냈다는 자료도 이를 뒷받침한다.
박근혜 전 대표의 트위터 개설로 다시 주목받은 트위터 덕에 스마트 폰을 구입하는 의원들도 하나 둘 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문제는 트위터를 운영하는 정치인들이 하나 같이 내 걸고 있는 '소통'이 과연 이루어질 수 있느냐다.
트위터는 '팔로어'라는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 일단 찾아서 등록을 해 놓기 전에는 상대방이 트위터를 하고있는지 조차 알기 힘들다.
또 누구나 찾아와 악플을 남길 수 있는 기존의 미니홈피에 비해 반대 목소리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결국 열쇠는 운영자가 쥐고 있는 것이다.
트위터가 새로운 '소통의 장' 될지 또 하나의 '홍보의 장'이 될지는 트위터에 뛰어든 정치인 당사자들에게 달렸다.
maeno@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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