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파국으로 치닫나
(아주경제 김영배 기자) 단군이래 최대 규모의 사업이라는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자금조달이 차질을 빚으면서 사업의 토지소유자인 코레일(철도공사)과 시공사를 대표하는 삼성물산 그리고 나머지 28개 출자사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좌초위기에 몰린 것이다.
특히 코레일이 5일 삼성물산 측에 '최후의 통첩'을 보내면서 자칫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첫 사업도 떠보지 못하고 주저앉을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문제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중도에 좌초될 경우 불어 닥칠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코레일의 최후 통첩
코레일이 5일 '삼성물산의 계약변경 요구에 대한 철도공사의 입장'이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삼성물산 측에 전한 내용의 핵심은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중단되는 한이 있더라도 계약변경은 없다는 것이 골자다.
코레일의 주장은 자금조달 문제는 푸는 열쇠는 삼성물산이 가지고 있으며 오는 16일까지 자금조달 방안을 제시해 줄 것을 요구했다. 삼성물산에 사실상 최후통첩을 보낸 셈이다.
코레일은 "삼성물산은 그동안 낮은 드림허브 지분율(6.4%)을 내세워 사업 주관사가 아닌 것처럼 주장을 펴 왔지만 삼성그룹 6개사 지분을 합하면 14.5%에 이른다"며 "삼성물산은 사업자 공모시 컨소시엄 구성을 주도한 대표사"라고 주장했다.
토지대금이 비싸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토지대금은 흥정을 통해 결정된 것이 아니라 사업자 공모시 경쟁사와 치열한 경쟁 끝에 삼성물산 컨소시엄이 제시한 금액"이라며 "다시 삼성물산컨소시엄 입찰가는 8조원이었고 경쟁사는 7조8900억원이었다"고 설명했다.
코레일은 "만일 사업이 중단된다면 모든 책임은 삼성물산에 있다"며 "토지대금은 컨소시엄 구성원들이 지분별 보증 등으로 조달하도록 약속돼 있으므로 대표사인 삼성물산이 책임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핵심은 땅값 조달
용산국제업무지구를 둘러싼 가장 큰 쟁점은 역시 땅값이다. 삼성물산 등 컨소시엄이 금융위기 여파로 당초 계획했던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통한 자금조달에 실패하면서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시행사인 드림허브는 토지대금 8조원 가운데 1조5000억원은 지불했지만 4회로 나눠서 내기로 한 계약금 중 4차분 3175억원과 2차 토지매매 중도금 3835억원을 미납한 상태다.
4차까지 토지계약금을 내야 토지 소유권을 넘겨받지만 토지대금을 내지 못해 이에 따른 이자만 하루 1억8000만원에 이른다.
드림허브 측은 올해 땅값 납부 등에 필요한 2조원의 소요자금을 삼성물산 등 건설 컨소시엄이 우선 지급보증을 서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17개 건설사들은 수익성이 떨어진 상황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각 출자사가 지분대로 증자를 하거나 자산 선매입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땅 주인이자 출자사인 코레일은 사업협약상 땅값 조달에 대한 의무가 없다는 이유로 사업 주관사인 삼성물산을 상대로 자금조달을 종용하는 원칙론적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좌초 땐 후폭풍 거셀 듯
사업이 좌초할 경우 투자자들이 납부한 자본금 1조원은 고스란히 떼일 전망이다.
계약이행을 하지 못할 경우 토지매매 계약금의 10%가 위약금으로 코레일에 고스란히 넘어가게 된다.
금액만도 약 4400억원에 이른다. 또 각종 손해배상 청구소송과 이행이익 등을 감안하면 자본금 1조원은 모두 날릴 가능성이 크다.
서부이촌동 등 인근 주민들의 집단 반발도 우려된다. 지난 2007년 서울시가 서부이촌동을 용산국제업무지구에 통합, 개발키로 하면서 불거진 서울시와 드림허브 그리고 지역주민과의 갈등도 아직 봉합되지 않은 상태다.
특히 이 지역 주민들은 3년째 재산권 행사를 못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사업이 수포로 돌아갈 경우 그 폐해는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사태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우려다.
국가신인도 하락도 피할 수 없다. 당초 드림허브 측은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을 통해 연간 1억4000만명의 유동인구를 끌어들이면서 36만명의 고용창출 효과와 67조원의 생산 및 부가가치를 유발할 것으로 기대했었다.
하지만 사업 추진이 실패로 끝난 경우 이 같은 경제적 기대효과는 물거품이 될 뿐만 아니라 국가 신인도까지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young@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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