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한·미 FTA 비준 독려 배경은
(아주경제 이정은 기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최근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독려하고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한ㆍ미 FTA 관련 쟁점을 오는 11월까지 해소하고, 비준 동의안을 내년 초 의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그의 발언이 전해지자 한국에서는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연기와 맞바꾼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러일으켰고 미국에서는 너무 일방적이라는 불만을 자아냈다. 한ㆍ미 FTA에 비판적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적잖은 반발기류도 감지되고 있다.
미국 현지 언론들도 한ㆍ미 FTA 비준과 관련한 오바마 대통령의 갑작스런 태도 변화에 대해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칼럼니스트인 킴벌리 스트라셀은 지난 2일자 칼럼에서 오바마가 한ㆍ미 FTA 비준을 추진하고 나선 데는 정치적 의도가 다분하다고 분석했다. 지금까지는 노조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민주당이 상ㆍ하원을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한ㆍ미 FTA에 섣불리 속도를 낼 수 없었지만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의 약진이 예상되는 만큼 비준 가능성에 기대를 걸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WSJ의 또 다른 칼럼니스트인 데이비드 위셀은 오바마의 노림수가 천안함 사태를 계기로 동맹국인 한국과의 신뢰를 확인하고 미국의 수출길을 넓혀 아시아와의 동맹을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다만 오바마가 미국 내 여론이 좋지 않은 자동차 및 쇠고기 문제를 건드려 조지 부시 전 대통령 시절 타결된 협상보다 좋은 조건을 얻어내 치적으로 삼으려는 계산도 하고 있다고 넘겨짚었다.
위셀은 오바마가 갑작스럽게 한ㆍ미 FTA 재논의라는 카드를 꺼낸 것은 '자유무역 드라이브'를 걸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했다. 그가 러시아를 상대로 미국산 닭고기 수입 재개를 관철시킨 것이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교착상태에 빠진 도하협상에 대해 논의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설명이다.
위셀은 아울러 오바마가 자유무역을 강조하고 나선 데는 경제 패권을 중국에 뺏길 수 있다는 불안감도 반영됐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오바마가 중간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미국 내에서 일고 있는 실업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FTA를 통해 정치적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오바마는 올 초 향후 5년간 수출을 2배로 늘려 2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미 상공회의소도 한ㆍ미 FTA의 비준 지연으로 수출이 350억달러 줄고 34만5000개의 일자리 창출이 미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오바마가 한ㆍ미 FTA 비준을 밀어부치려 하자 민주당 내에서는 최근 반발 여론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3일 미 의회소식통에 따르면 민주당의 마이크 미슈 하원의원은 한ㆍ미 FTA와 미국의 통상정책에 중대한 변화를 줘야한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 대통령과의 면담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서한을 백악관에 보내기 위해 지난 26일부터 동료의원들을 상대로 서명작업을 벌이고 있다.
미슈 의원이 준비 중인 서한은 "한·미 FTA는 현재 형태로는 지지할 수가 없다"면서 "미국 경제가 대공황 이후 최악의 침체에서 회복하려는 시점에서 일자리를 '죽이는' FTA를 진전시킨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서한은 또 자동차, 쇠고기, 섬유 부문의 비관세 장벽과 금융서비스, 투자, 노동관련 부문에 대해서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슈 의원은 동료 의원들의 서명을 받아 이르면 오는 6일 오바마 대통령 앞으로 서한을 보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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