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저축銀, 부실 건설사에 3400억 물려
(아주경제 고득관 기자)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된 16개 건설사에 대한 저축은행권의 익스포져(위험 노출액)가 3월 말 기준 34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캠코의 부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매각 규모도 당초 예상을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결정되면서 채권 매각 손실이 1조원대에 전망이다.
이에 따라 6월 말 결산 마감을 불과 이틀 앞둔 저축은행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28일 저축은행권 및 금융감독당국에 따르면 1분기 말 현재 저축은행권은 건설사 신용위험등급 평가에서 워크아웃 대상인 C등급을 받은 9개 건설사에 2852억원, 법정관리 대상인 D등급에 530억원을 각각 대출해준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감독원은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대상이 된 건설사에 빌려준 대출금의 자산 건전성을 요주의 이하로 분류토록 할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개별 사업장의 사업성을 따져 봐야겠지만 C·D등급으로 분류된 건설사에 대한 채권은 원칙적으로 요주의 이하로 분류된다"며 "상환이 제대로 되고 있는 채권도 자산 건전성을 요주의로 분류해 대손충당금을 적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상 여신으로 분류됐던 채권 등급이 요주의 여신으로 떨어지면 채권 금액의 10%를 대손충당금으로 쌓아야 한다.
대손충당금 적립액만큼 저축은행의 순익은 감소하게 된다. 순익이 감소하면 이익잉여금도 줄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이 하락하게 된다.
그 동안 저축은행권은 기업 구조조정 명단 발표를 앞두고 부실 채권을 적극적으로 정리하는 등 나름대로 대비해왔다. 실제로 저축은행권에서 익스포져가 가장 큰 두 저축은행은 불과 석달 사이 C등급을 받은 건설사에 대한 채권을 각각 260억원, 510억원이나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손충당금 적립 규모를 감안할 때 구조조정 대상 건설사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대형 저축은행의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 대형 저축은행 관계자는 "미분양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채권 회수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순익 감소는 물론 부실 건설사에 대출을 해줬다는 이유로 이미지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25일 건설사 신용위험평가 결과와 함께 발표된 캠코의 부실 PF 채권 매입 방안도 저축은행의 수익성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저축은행 부실 PF 채권 매각 방안에 따르면 91개 저축은행은 장부상 총 3조8000억원의 PF 채권을 캠코에 2조8000억원으로 매각해야 한다.
저축은행권 전체가 6월 말 결산에 1조원에 달하는 채권 매각손실을 반영해야 하는 것이다. 이는 2009 회계연도 반기 동안 저축은행권 전체가 거둔 순이익(2493억원)보다도 큰 금액이다.
금감원은 이번 부실 PF 채권 매각으로 저축은행의 BIS 비율이 평균 2.18%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저축은행권 관계자는 "이번 기회에 문제가 될 만한 것은 확실히 정리하자는 금융당국의 의지가 강해 예상보다 결산 결과가 더 나쁠 것"이라며 "하지만 대손충당금을 많이 쌓을수록 미래의 수익 창출에는 도움이 되기 때문에 이번에 세게 맞고 다음 회계연도부터 개선하자는 게 전반적인 분위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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