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경의 트렌드 브리핑] 쑹훙빙의 스토리텔링

2010-07-05 16:16

   
 
 
거대한 명성에 어울리지 않는 아담한 체구의 쑹훙빙(‘화폐전쟁’저자)은 조근조근 모범생의 말투로 세계 경제의 흐름을 짚어 주었다.

국내외 금융 전문가와 차관급 인사들, 주최 측인 아주경제신문사가 초청한 대학생을 포함한 각계 각층 사람들이 그의 한마디 한마디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참가자들이 무언가를 열심히 적는 모습도 눈에 띄고 기자들의 타이핑도 다른 연사들의 연설 때와 달리 더욱 빠르고 바빴다.

쑹훙빙은 시간이 모자란다면서 미국과 중국, 세계 경제의 흐름을 개략적으로 언급했다.

‘빚으로 구축된 소비와 인플레이션 경제는 자산거품을 생성할 수 밖에 없고 언젠가 문제는 터지게 되어 있다. 내년 유럽과 미국 경제는 더 큰 위기에 빠질 것이다’ ‘일본은 일본 중앙은행이 국채를 많이 가지고 있어서 외국이 국채를 많이 보유한 나라보다는 위기가 크지 않을 것이다. 중국은 위안화 절상 압력을 받고 있지만 독자적인 의사결정을 해야 하고, 빚으로 돌아가는 경제시스템을 답습해선 안된다. 그렇지 않아도 전력 계량기가 돌지 않는 공실 주택이 많아 자산 거품이 터질 위험이 있다’

2008년 서브프라임 위기 이후 새로 구축해야 할 세계 경제 질서에 대한 고민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그의 주장은 꽤 탄탄하게 느껴졌다. 최근 발간한 ‘화폐전쟁 2’에서 ‘달러를 대체할 세계 단일 화폐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결론을 유도하는 그는 그의 말마따나 ‘현재 경제 시스템에 대하여 비관적’이다.

강연을 마친 그의 주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 들었고 그는 바쁜 일정에도 예의를 다 지켜가며 한 사람 한 사람 친절한 미소로 맞이하고 응대해주었다. 저서에 사인이면 사인, 사진이면 사진 거절하지 않고 예의를 다 했다. 인기가 매우 좋은 데 놀랐는 지 외려 당황하는 기색마저 보였다.

행사를 주관한 세계미래포럼 이영탁 이사장이 잔잔한 미소를 띠고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먼저 인사를 나눈 사이인 그에게 뜬금없는 질문을 던졌다. “우리나라에는 왜 저런 스타가 한 명 안 나올까요?” 이 이사장이 쓰윽 쳐다보더니 말없이 빙그레 웃었다.

우리나라 경제학자나 금융학자 중에는 왜 쑹훙빙 같은 문제의식과 이슈제기 능력을 갖고 그것을 세계적인 화제로 만드는 사람이 안 나오는 것일까? 말을 뱉고 나니 정말 그 이유가 많이 궁금해졌다

고작 40대 초반인 쑹훙빙보다 공부 많이 한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니고 미국 금융회사 월급쟁이였던 그보다 실물경제 경력이 화려한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닐텐데...

그의 이야기를 경청한 국내의 많은 금융 전문가들은 속으로 어떤 생각을 할까? “별로 새로운 내용도 아닌데 너무 화젯거리로 만들고 있는 거 아닌가? 젊은이?” 이런 속내일까?

아담하고 왜소한 체구, 40대 초반의 창창한 나이. 그가 감히 ‘달러 세상을 이만 끝내자’라고 큰 소리를 치고 있다. 이런 질문을 차마 하지 못했다. ‘위안화도 달러 덕분에 오늘날의 지위로 올라설 수 있었던 게 아닐까요?’ ‘미국의 흥청망청 소비와 자산거품 현상이 없었다면 중국의 경제성장이 가능했을까요?’

그의 책과 강연으로 미루어 보건데 그는 아마 ‘타락했고 통제 안 되는 미국보다 도덕적이고 일사분란한 중국이 천하재패를 하는 게 더 좋을 거예요’라고 대답하고 싶을 것이다. 일종의 역사, 정치적 스토리텔링인 것이다. 21세기는 역시 스토리텔링의 시대다.

<트렌드아카데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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