加 G20 정상회의, 부양-긴축 격론…결국 '따로국밥' 처방

2010-06-28 05:08
"3년 내 재정적자 절반 감축" 은행세 도입 논의 좌초…금융 규제안 11월 서울서 마무리 짓기로

(아주경제 신기림 기자) 26일부터 이틀간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은 부양과 긴축을 놓고 격론을 벌였다. 미국은 세계 경제의 미약한 회복세를 뒷받침하려면 경기부양을 지속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유럽과 일본은 재정적자를 해소하려면 강도 높은 긴축에 나서야 한다고 맞섰다.

그 사이 금융위기의 주범인 은행권에 세금을 물리자는 은행세 도입 논의는 사실상 좌초됐다. 정상들은 은행세를 비롯한 금융권 규제 방안에 대한 논의는 오는 11월 서울 정상회의에서 마무리짓기로 했다.

부양과 긴축을 놓고 편이 갈린 정상들은 결국 장기적 관점에서 재정적자 문제를 다스려야 한다는 데 원칙적으로 합의하고 단기적으로는 각국의 공공부채 및 재정적자 규모에 따라 서로 다른 전술을 취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로이터통신은 27일 정상들이 재정 건전성을 회복하기 위해 3년 안에 재정적자 규모를 절반으로 줄이되 재정적자 해소책의 시행시기나 속도는 각국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달리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이날 정상회의 개막에 앞서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은 "금융위기의 상처가 아직도 아물지 않고 있으며 위기에서 빠져나오는 속도가 국가별로 서로 다르다"며 "우리 모두는 경제 성장력을 더욱 탄탄하게 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국가별로 다른 전략이 요구되고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가 입수한 성명 초안에서 정상들은 "전 세계 모든 경제권이 동시에 재정긴축에 나서면 세계 경제 회복세에 역효과를 줄 수 있으며 공공부채 정리 시기를 놓치면 시장의 신뢰를 잃고 경제 성장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G20 회원국의 공공부채는 올해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107.7%에 이를 전망이다. 이는 중국과 한국 등 G20 내 신흥국(GDP 대비 37%) 부채의 3배에 달한다.

G20 정상들은 금융권에 대한 규제 강화 방안도 논의했지만 은행세 도입안은 좌초됐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진영에서는 은행세 도입에 지지를 보냈지만 주최국인 캐나다를 비롯해 브라질과 인도, 멕시코 등은 은행세가 금융위기와 무관한 은행에도 피해를 줄 것이라며 반대했다.

정상들은 성명 초안에서 "일부 국가들은 은행권 과세를 원하지만 또 다른 국가들은 다른 접근을 원하고 있다"며 "은행세 도입 등 자본 규제안을 받아들이는 것부터 그 이행 시기는 각국이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은행세 논의가 좌절되자 G20 회원국들은 은행의 투자금 대비 자본을 확충하는 방안 등을 대안으로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G20 정상들은 아울러 중국의 위안화 환율 유연화 조치가 무역에서 보다 공정한 경쟁을 가능케 할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특히 G20정상회의에 앞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만난 자리에서 중국의 환율유연화 정책에 대해 글로벌 경제의 균형을 재조정하는 중요한 과정이라며 극찬했다. 그는 "(환율 유연성 확대를) 이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양국 무역에서도 공정한 경쟁의 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후 주석은 미국과 주요 현안에 대해 대화와 협력을 강화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G20 정상회담 장소인 토론토 도심의 메트로 컨벤션센터 주변에서는 이날 5000여명이 G20 반대 시위를 벌였다. 이 가운데 일부 과격시위자들은 경찰차 2대를 불태우고 야구방망이와 망치로 건물 유리창을 부수면서 경찰과 충돌을 빚었다.

G20 정상회의에 앞서 토론토 북부의 소도시 헌츠빌에서 열린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에서는 글로벌 경기회복을 위한 방법론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해 원론적인 수준에서 경기부양과 재정건전화의 중요성을 천명하는 수준의 성명을 채택했다.

G8 정상들은 그러나 핵무기 개발에 나서고 있는 북한과 이란을 비난하고 특히 천안함 공격에 대해 북한을 성토하는 입장을 성명에 담았다. 이들은 공동성명에서 "우리는 46명이 비극적으로 희생된, 대한민국의 군함 천안함의 침몰을 가져온 지난 3월26일의 공격을 개탄한다"고 밝혔다.

정상들은 천안함 공격을 북한의 소행으로 규정한 다국적 조사 결과를 언급하면서 "우리는 천안함 침몰을 일으킨 공격을 비난한다"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대한민국에 대한 어떤 공격이나 적대적인 위협도 삼갈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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