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원천기술 '속빈강정'...반도체 국산화 20%뿐

2010-06-28 11:21

- 1~4월 로열티 적자 17억불...작년 한해 절반 육박

(아주경제 이하늘·김형욱 기자) 최근 자동차·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주요 산업에서 한국이 세계 시장을 호령하고 있다. 메모리반도체와 디스플레이는 1, 2위 모두 국내 기업들이 차지한 지 오래다. 자동차 역시 최근 국내 기업들의 약진이 눈부시다.
 
하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원천기술 부족으로 매출액 가운데 상당 부분을 해외에 로열티로 지급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 수출구조의 취약성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27일 한국은행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1~4월 특허 관련 적자액은 17억2000만 달러에 달했다. 이는 역대 최대 적자를 기록했던 지난해(36억6400만 달러)의 절반에 육박한다.
 
주요 산업에서 수출이 100% 증가하면 원천기술에 대한 로열티 역시 80% 상당 늘어나기 때문에 수출로 인한 이익을 해외 업체에 고스란히 넘기고 있는 처지다.
 
지난 1995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국내 휴대폰 업체들이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방식에 대한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미국 퀄컴사에 지급한 특허기술 로열티는 수조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CDMA 방식의 삼성·LG 휴대폰이 세계 시장에서 성장할수록 미국 퀄컴 역시 이에 비례하는 수익을 거둔다. 원천기술 확보의 중요성이 단적으로 드러나는 예다.
 
부족한 원천기술로 인해 국내 기업들의 부품·소재·장비산업 역시 크게 뒤처지고 있는 상황이다. 반도체 장비의 국산화율은 20% 상당에 머무르고 있다. 특히 전자산업은 이러한 후방산업에서 대일 의존도가 높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일 무역적자는 지난해 276억 달러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매달 30억 달러 이상의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 수출이 크게 늘고 있지만 결국 여기서 벌어들인 외화를 다시 일본에 상납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자동차 역시 미래산업에 대한 준비가 절실하다. 자동차부품연구원 이기섭 원장은 "국내 자동차의 부품 국산화 비율은 95%에 달하지만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경우 핵심부품의 40%만이 국산화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래 자동차의 엔진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받고 있는 리튬이온전지 역시 제조에서는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지만 원천기술 측면에서 30%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이 뒤늦게 시장에 뛰어들면서 기존 제품에 대한 원천기술 및 후방사업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최근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제품분야에 대해서는 의미있는 핵심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원천기술 보유업체와 크로스 라이선싱 등을 통해 특허로 인한 손실을 줄여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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