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철강업계, 갑(甲)들의 '상생'이 필요할 때

2010-06-10 11:48

(아주경제 이정화 기자) 지난 9일은 국내 첫 고로제철소인 포항제철(현 포스코) 고로에서 첫 쇳물을 뽑아낸 지 만 36년이 되는 날이었다. 이후 철강업계는 생산능력을 끊임없이 늘여왔다.

올해 국내 철강업계 조강생산능력은 사상 처음으로 8000만t대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98년 조강생산능력 2000만t을 기록한데 이어 10여 년 만에 4배의 성장을 보인 것이다.

하지만 이런 성장을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다.

중국 철강기업들은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일본 철강업체들은 상호협력을 통해 각각 국내 업체들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료 확보를 위한 세계 철강업체들의 치열한 접전도 한국 철강업계를 위협하는 요소다.

중국 정부는 산재해있는 중소 철강업체들을 청산, 인수합병(M&A)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대형 철강업체에 더 큰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지난해 세계 조강생산량 2위에 오른 하북강철그룹을 비롯해 상위 10개 업체 중 중국 업체가 절반을 차지했다.

철광석 등 원료 확보도 중국 정부가 직접 나섰다. 중국 정부는 호주 천연자원 생산 기업 매입에 나서는 국영기업들을 적극 돕는다는 방침이다.

주춤하던 일본 업체들도 전열을 가다듬는 추세다. 신일본제철과 JFE스틸이 싸움을 멈추고 손을 맞잡았다. 요동치는 철강업계의 환경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반면 국내 업체들은 아직 '우물 안 개구리' 형국이다.

국내 기업 가운데 세계 굴지의 철강업체로 인정받을 수 있는 곳은 포스코가 유일하다. 그 뒤를 따르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과는 그 격차가 너무 벌어져 있다.

그럼에도 포스코는 일관제철소를 짓고 후판을 생산하기 시작한 현대제철을 경계하는 눈치가 역력하다. 동국제강도 연산 150만t규모의 당진공장을 준공해 이 같은 경쟁 열기를 더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서로 협력해 나라 밖에서 압박해 오는 철강업체들을 경계해야 할 때다.

갑을 관계에서의 상생도 중요하지만 갑들 사이의 '상생'이 곧 세계 시장에서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jhle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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