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경영 포커스] 현대경영학의 아버지 드러커가 말하는 팍스콘 사태

2010-06-08 17:44

   
 
피터 드러커
(아주경제 신기림 기자)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 부품을 공급하는 대만 팍스콘이 최근 연쇄 자살사건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중국 광둥성 선전공장에서 올해만 자그만치 13명이 자살을 시도, 10명이 죽었다. 팍스콘 노동자들의 잇딴 자살사건은 글로벌 기업들이 노동문제를 다시 짚어보는 계기가 되고 있다.

노동 전문가들은 기업가들이 직면하고 있는 가장 복잡한 문제 가운데 하나가 인적자원 관리 방법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들은 동기부여를 통해 인적자원을 관리하는 것이 좀 더 정교한 비즈니스 모델이나 정보기술(IT) 시스템을 강구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미국 경제 전문지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는 최근 '현대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가 1973년 낸 "경영: 임무, 책임, 실천(Managemen-Task, Responsibilities, Practices)'이라는 저서에서 설명한 노동의 5가지 차원을 적용, 드러커의 관점에서 팍스콘 사태를 분석했다.

비즈니스위크는 우선 물리적 차원에서 팍스콘 사태를 분석했다. 사람들은 행동과 작업반경이 제한적일 수록 쉽게 피로해지게 마련이다. 때문에 반복적인 업무의 리듬감과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드러커의 견해다. 그는 "공장 기계의 움직임에 맞춘 작업 흐름은 인간 노동력의 효율성을 떨어뜨린다"고 주장했다.

팍스콘 공장의 부품라인은 직원의 업무속도에 비해 지나치게 빠르게 돌아가고 있고 직원들의 평균 노동시간도 너무 길다는 것이 현지 노동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에 대해 비즈니스위크는 "당연한 얘기지만 무엇보다 먼저 물리적 차원에서 노동환경을 최적화해야 한다"며 "물리적 노동환경의 중요성은 사무직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부연했다.

노동자의 심리를 이해하는 것도 팍스콘 사태를 파악하는 데 긴요하다. 드러커는 "아무리 개인적인 감정을 자제한다 해도 결국 노동은 개인적인 심리상태나 성격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진다"며 "노동은 자아를 형성하는 여러 방식 가운데 하나로 일종의 성과"라고 말했다.

올해 팍스콘 선전 공장의 11번째 투신 노동자인 19살의 리하이는 유서를 통해 "더 이상 미래에 대한 희망과 자신감이 없다"며 "내가 생각했던 능력과 실제 회사에서의 성취수준은 판이하게 달랐다"고 말했다. 그는 부친 앞으로 쓴 이 유서에서 "능력이 달려 더 이상 버티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다.

업무에서 의미를 찾고 성취감을 느끼기 어려운 것은 비단 중국 청년 노동자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 민간 경제조사기관인 콘퍼런스보드가 지난 1월 실시한 직업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현재 업무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45%에 그쳤다. 이는 컨퍼런스보드가 직업 만족도 조사를 실시한 22년래 최저치로 2008년도의 49%보다도 낮아진 것이다.

비즈니스위크는 기업가들에게 현대 노동자들의 심리상태를 예의주시하며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노동문제는 사회적 차원에서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드러커는 "사람들은 노동을 통해 공동체 의식을 형성한다"며 "노동자는 다양한 구성원들과 업무를 공유함으로써 일종의 동료애를 느끼며 자신이 공동체의 일원임을 확인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팍스콘은 최근 애플과 휴렛팩커드(HP) 등 굴지의 글로벌 기업들에 부품을 공급하면서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직원수가 4만명으로 늘었고 구성원들간의 연대의식은 허물어졌다.

비즈니스위크는 "공동체 의식의 소멸은 팍스콘 사태의 여러 원인 가운데 하나"라면서도 "글로벌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인력 이동이 잦아져 직원들에게 공동체의식을 심어주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기업가는 노동자의 경제적 위치도 두루 살펴야 한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에서 벗어나 세계의 소비시장으로 떠오르면서 노동자들 사이에서도 빈부격차에 대한 의식이 높아졌다.

팍스콘도 이번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 최근 열흘 동안 900위안 수준이었던 생산직 기본임금을 122% 인상한 2000위안으로 올렸다.

이밖에 비즈니스위크는 조직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위해서는 경영자와 노동자간의 조화로운 권력 배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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