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株, 新주도주로 ‘부각’
2010-06-01 13:09
(아주경제 이성우 기자) 남유럽발 재정위기 확산에 가치주가 새로운 주도주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는 물론 미국마저 경기선행지수가 꺽이는 모습을 보이고 경기 전망이 어두워지자 성장주 보다는 내재가치로 승부하는 가치주쪽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 재정위기 해결책에도 증시 반응 ‘시큰둥’ = 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유럽 각국이 재정위기 해결책을 속속 발표했지만 증시 반응은 여전히 시큰둥하기만 하다 .
지난 5월 초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은 그리스, 포르투갈, 그리스 등에 7500억 유로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채권매입을,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통화교환을 체결했다. 하지만 증시는 되레 곤두박질치는 양상을 보였다.
유럽 재정위기 확산으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전 세계지수는 지난 5월에만 10% 하락했다. 선진국과 신흥국은 지난 한달 각각 -10%, -11%로 2008년 10월 이후 최악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외국인 투자자도 혼란에 빠졌다. 5월 이후 신흥아시아(한국, 대만,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인도)에서 외국인은 130억 달러를 순매도 해 월간기준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큰 매도규모를 기록했다.
재정위기 해결에 대한 회의론과 확산 우려는 글로벌 경제성장의 신뢰 훼손으로 연결되고 있다.
또한 미국의 경기선행지수 상승률이 13개월 만에 처음으로 둔화됐다는 점도 믿음을 흐리게 하는 요소다. 지난 4월 국내 경기선행지수도 3월 대비 하락 전환했다. 이는 향후 빠른 경기둔화를 예측케 한다.
임동민 KB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경기선행지수는 하락한 반면, 경기동행지수는 빠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유사한 지표를 보였던 1999년, 2002년, 2004년 모두 5개월 이내 실물경기 둔화가 수반됐다”고 파악했다.
◆ 새로운 대안투자 ‘가치주’ = 국내 전문가들은 성장주보다는 가치주에 대한 관심이 필요한 시기라고 전망했다.
조병현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과거 OECD 경기선행지수 하락 구간에서 가치주의 성과가 상대적으로 양호했다”며 2000년 이후 OECD 경기선행지수의 상승이 둔화됐던 구간의 MSCI 가치주 평균 수익률이 -17.9%로 성장주 -23.0%와 전체 -20.7%에 비해 양호했다는 자료를 제시했다.
그는 또 “이익성장률 둔화국면에서는 가치주가 빛을 발한다”고 덧붙였다.
이재만 연구원도 “시중금리의 상승 국면에서도 글로벌 가치주(Value Stock)는 성장주에 비해서 선전하고 있다”며 “위험대비 수익률이 높다는 점까지 고려 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는 투자대안 중 하나”라고 말했다.
양창호 현대증권 연구원 역시 "가치투자자 혹은 역발상투자자들이 성장투자자와 다른 점은 이익이나 순자산의 성장성보다는 가격에 더 관심을 가진다"면서 "현재 기업 이익과 순자산이 건재한 상태에서 가격의 하락에 따른 저평가가 가치투자자에게 오히려 기회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 현 시점에서의 가치주 = 동양종금증권 리서치센터는 최상의 가치주로 포스코켐텍, 현대차, 한샘, 현대미포조선, 한섬, GS 홈쇼핑, 피에스케이, LG 디스플레이, 파라다이스, 광주신세계, KH 바텍, 티엘아이, 케이피케미칼을 꼽았다.
이 증권사는 △주당현금가치 △배당 및 기대수익률 △기업가치/이자·세금 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EV/EBITDA) △자기자본이익률(ROE) 증가율 등 4개 지표를 가치주 기준으로 제시했다.
가치주를 평가할 때 기본이 되는 배당에 있어 주당 현금가치가 높으면 배당 재원이 충분하고 배당수익률도 높을수록 좋다고 이 증권사는 설명했다. 기대수익률을 통해 저 주가수익비율(PER)주를 가려낼 수 있고 여기에 현금창출 능력을 뜻하는 EBITDA를 더해 숨어 있는 알짜 주를 선택할 수 있다. 이 증권사는 마지막으로 ROE 증가율을 덧붙이면 가치주 가운데 수익성이 높은 기업에 프리미엄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재만 연구원은 "과거에도 이익 모멘텀 둔화 국면, 시중금리 상승 국면에 가치주가 빛났다"며 "특히 위험 대비 수익률이 높다는 점에서 가치주는 장기 투자 관점에서도 유효한 투자전략"이라고 말했다.
redra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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