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이대론 안 된다 ①공천비리] "지역사업 인·허가 권력에 비리 성행"

2010-05-30 18:49

(아주경제 김종원 기자)
 
지난 1991년 의회의원선거로 지방자치제도가 부활한지 올해로 20년이 됐다. 풀뿌리 민주주의로 지역 현안을 지역민이 해결함으로써 발전을 이룰 것이라는 기대가 컸지만 여전히 참여, 자치, 분권의 가치를 실현한다고 보기는 어려운 모습이다.

이에 아주경제신문은 지방자치제도의 토대를 이루는 지방선거에 현재 모습과 문제점, 대안마련 등을 7차례에 걸쳐 연재한다.

"옛날에는 한나라당이 국민들 눈치도 보고, 외부인사도 끌어들이고 그랬는데 이번에는 자기들끼리 (공천을) 나누어 먹고 있다. 야당도 돈냄새가 풀풀 나고, 음주운전 세 번 한 사람을 공천하든지 선거법 위반한 사람을 공천하고 있다. 여당에 대해서 무슨 얘기를 할 수 없을 만큼 엉망이다."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을 지낸 인명진 목사가 지난 4월 라디오 인터뷰에서 했던 발언이다.

선거철이 다가오면 이제는 으레 터져나오는 것이 공천비리 문제지만 이번 6.2 지방선거에서도 예외없이 같은 문제가 재발되고 있다. 

경남 거제에서는 윤영(55) 한나라당 국회의원 부부와 6·2지방선거에 출마한 권민호(54) 한나라당 거제시장 후보 부부가 공천과 관련해 10억원을 주고 받았다는 녹취록이 존재한다는 의혹이 불거졌으며, 이에 검찰이 피내사자의 계좌추적을 벌리고 있다. 

민주당 익산을 지역위원회 소속 시의원 등 2명이 익산시장 출마하려는 안모씨에게 경선비용 명목으로 5000만원을 요구했다는 녹취록과 시의원에 출마하려던 한 당직자에게 7000~8000만원의 공천금금을 준비하라고 요구했다는 폭로도 이어졌다.  

민주당 안성시의원 이모씨는 지난 24일 이모 안성시장 공천확정자로부터 1000만원을 받아 지역위원장 홍모씨에게 전달한 혐의를 검찰에 일부 시인하기도 했다. 

이기수(61) 전 경기 여주군수는 지역구 이범관(67) 국회의원에게 2억원의 공천헌금을 전달하려한 혐의로 구속기소됐고, 지난 13일 법원의 첫 심리에서 공소사실을 인정하기도 했다.

이 같이 공천비리가 횡행하는 것은 지역주의로 인해 '공천=당선'이 성립하기 때문이다. 특정 정당의 깃발만 꽂아도 당선되는 풍토는 공천비리를 낳는 가장 기본적인 토대로 작용한다.

여기에 당선만 되면 각종 지역 사업 인·허가 등이 주어지는 강력한 권력 때문에 후보자들은 불법을 저지르면서까지도 공천을 받고자 한다.


한 시의원은 "광역단체와 관련된 사업은 기본적으로 수십억에서 수백억의 수익이 보장되는 규모"라며 "지역주의 등으로 지역 의회가 사실상 제 역할을 못하는 상황에서 단체장의 권력은 더욱 세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공천권을 쥐고 있는 중앙 정당과 지역 국회의원들이 지방선거 공천권을 자신의 총선 후원자나 지지자로 만드는 과정으로 여기는 점도 문제다.

정치자금법 등이 강화되면서 자금이 더욱 아쉬워진 국회의원들은 의정기간의활동비나 차기 선거 준비금을 마련에 지방선거를 '활용'하는 셈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헌금은 대부분 당사자간에 은밀하게 거래로 이뤄진다"며 "그만큼 적발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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