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화, 캐리 통화 전락할 수도"

2010-05-23 16:52
BNP파리바, "2011년 1유로=1달러" "ECB 통화팽창…유로 캐리통화 전락"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일시적인 반등에 혹하지 마라."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가 닷새만에 반등했지만 시장에서는 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경계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유로화가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캐리트레이드 통화로 전락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지난 21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유로ㆍ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0.7% 오른 1.2571달러를 기록했다. 주간 기준으로는 1.7% 올라 지난해 9월 이후 가장 큰 폭 상승했다. 독일 의회의 구제금융 출자 승인과 유럽중앙은행(ECB)의 시장 개입 전망이 호재로 작용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아직 유로화에 대한 비관론이 우세하다.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이 내놓은 1조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안에 대한 불신이 가장 크다. 전문가들은 금융위기를 촉발한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보다 유럽의 재정 부실 규모가 더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더크 호프만 베킹 샌포드번스타인 애널리스트는 "서브프라임 사태 때는 (미국) 정부가 개입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유럽에는 재정위기에 처한 국가를 구원해줄 정부가 없다"고 말했다.

때문에 유럽 재정위기를 해소하려면 그리스와 스페인, 포르투갈 등 재정 불량 국가의 긴축 노력에 기대를 걸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긴축에는 한계가 있고 내부 반발도 만만치 않다. 금융기업들이 재정위기국에 노출하고 있는 2조3000억달러 가량의 자금 일부를 포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나 윌버 로스 WL로스앤드코 회장 등은 과도한 긴축이 유럽 경제를 스태그플레이션에 빠뜨릴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기도 하다.

BNP파리바는 국가별로 재정긴축을 강요해온 EU가 결국 통화정책에 손을 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빚을 갚기 위해 돈을 찍어내는 양적 팽창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BNP파리바는 2011년이면 '1유로=1달러'의 등식이 성립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스 레데커 BNP파리바 외환 투자전략가는 22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서 "유럽 재정위기는 ECB의 통화긴축 속도를 늦춰 조만간 기준금리 인하로 이어질 것"이라며 "유로화는 캐리트레이드 통화로 전락, 반등세는 곧 힘을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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