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을 위해 1억원 기부한 장애인, 류종춘 씨

2010-05-19 14:22

(아주경제 이미호 기자)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으로 살아간다는 건 매우 힘든 일이었다. 차별과 냉대를 받는 등 아픔의 시간을 극복하고 나니, 다음 세대 장애인의 자립을 지원하는 것이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마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류종춘(65) 전 한국지제장애인협회 부회장은 지난 18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찾아 1억원을 기부했다. 이로써 고액기부자들의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의 28번째 회원이 됐다.

평생 여행 한 번 안 가보고 주말도 없이 일하면서 모은 돈을 선뜻 내놓은 것.

류씨는 3살 때 홍역 후유증으로 척추중증장애 2급 장애인이 됐다.

그는 "어릴 적 너무 힘들어서 '나는 사람이 아니고 벌레보다 못하구나'라는 생각까지 했었다. '앉은뱅이'라 아예 일어나지도 못했는데 이제는 인공관절을 넣는 수술을 해서 조금씩 걷고 있다"고 말했다.
 
류씨는 일상과 학업에서 겪는 온갖 불편을 이겨내고 1975년 명지대 경영학과를 졸업했지만, 사회에 나오자마자 '차별의 벽'에 또다시 부딪히고 말았다.

장애가 있는 류씨가 졸업 후 직장을 구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였던 것.

이 때문에 류씨는 몸이 불편한데도 농사를 짓거나 목공일을 배우는 등 자립을 위한 힘든 도전을 이어가야 했다.

그는 "죽을 고비도 여러 번 넘겼다. 기차 안에서 물건 팔려고 짐칸에 뛰어오르다가 짚고 있던 목발이 부러져서 하마터면 큰일이 날 뻔 한 적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류씨는 20대에 '장애인끼리 협동해서 잘 살아보자'는 취지에서 설립한 안동재활원에 발기인으로 참여해 18년 동안 재활원에서 일했다.

이후 서울시립북부장애인종합복지관장, 한국지체장애인협회 부회장 등을 역임하며 장애인 복지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폈다.
 
2001년 성균관대 사회복지대학원을 졸업하면서는 석사 학위 논문으로 서울 시내 25개 구청의 장애인 편의시설 실태를 분석하기도 했다.

류씨는 연세대와 명지대, 경희대, 성균관대 등에서 장애를 극복하면서 공부하는 학생들 소식을 듣고 기부금 지원을 결심했다.

그는 "작업장에서 일하는 장애인은 한달 간 일하고도 10만원도 못 받는 경우가 많다"며 "대학을 졸업한 장애인들이 사회에 나와서 다른 장애인을 도울 수 있는 연결 고리를 자꾸 만들면서 서로 돕고 살았으면 한다"고 전했다.

류씨가 낸 기부금은 '장애인이 장애인을 돕는다'라는 뜻을 가진 '나눔고리 장학기금'으로 조성된다. 이는 공동모금회를 통해 저소득층 장애인 학자금 지원에 사용된다. 

mihole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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