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감사공모제 '유명무실'
(아주경제 심재진 기자) 감사공모제가 증권업계에서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하고 있다. 증권사마다 내주 주총을 앞두고 낙하산 인사로 대변되는 금융당국 출신을 속속 내정하고 있어서다.
19일 금융감독원ㆍ증권업계에 따르면 현재 43개 증권사는 전체 감사 가운데 72%에 해당하는 31명을 금감원과 옛 증권감독원 출신으로 선임했다.
작년 말 금감원이 공모 절차를 거쳐 감사를 선임하는 '감사공모제'를 금융사에 권고했으나 금융당국 출신이 독식하는 구도에 별다른 변화가 없는 것이다.
메리츠종합금융증권은 금융감독원 출신 3명을 감사위원으로 선임하는 안을 이번 주총에 상정했다.
현재 이 증권사에 재직하고 있는 금감원 증권검사 1국장 출신인 백수현 감사는 연임하는 사례다. 안건에 올라온 나머지 금감원 출신 2명도 주총에서 승인이 유력시된다.
한화증권은 이미 금감원 출신인 하위진ㆍ유우일 감사가 연임을 확정했다. 미래에셋증권 이광섭 감사와 교보증권 최일규 감사도 마찬가지다. 동양종합금융증권 역시 신임 감사로 금감원 출신을 내정했다.
낙하산 감사로 문제가 제기됐던 2008년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연임한 감사도 5명(한화ㆍㆍ미래에셋ㆍSKㆍ메리츠ㆍ골든브릿지증권)이나 된다.
감사공모제가 이처럼 유명무실해진 것은 법적 구속력을 갖지 않은 탓이다. 게다가 증권업계도 금융당국 출신 인사가 전문성을 갖추고 있어 감사에도 적합하다는 입장을 망설임 없이 드러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감사공모제는 법적으로 구속하는 게 아니라 회사 자율로 시행하는 것"이라며 "업계에서도 전문성이 있다고 판단해 금융당국 출신을 감사로 선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관료 출신을 앞세워 금융당국과 원만한 관계를 갖기 위한 게 아니냐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김선웅 경제개혁연대 연구원은 "금융사 모두 관료 출신으로 방패막이를 삼는 데만 치중하고 있다"며 "감사공모제는 의미 없는 제도"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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