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ㆍ현대 "야속한 채권단…해운업 인식 부족 아쉽다"

2010-05-19 10:24

(아주경제 김병용ㆍ이정화 기자)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국내 1ㆍ2위 선사이자 그룹 주력사인 이들이 같은 처지에 놓였다. 현대그룹은 채권단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체결을 눈앞에 두고 있고, 한진그룹은 지난해 이미 약정을 맺은 상태다.

이에 따라 한국 해운업의 신인도 추락은 물론 차입금리 인상 등으로 대외경쟁력 역시 하락이 불가피하다. 특히 경기회복에 따른 글로벌 물동량이 늘고 있는 시점이어서 해운업계의 안타까움은 더해가고 있다.

18일 금융권 및 해운업계에 따르면 채권단이 평가한 한진그룹은 기준점수 80점 대비 40점대를, 현대그룹은 기준점수 70점 대비 40점대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채비율이 높을수록 기준점수가 오르고 낮을수록 내려간다.

이번 평가에 따라 채권단은 한진그룹과 지난해 맺은 재무구주개선 약정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현대그룹은 신규 약정 대상으로 편입됐다. 2009년 기준 현대그룹의 실질 부채비율은 320%, 한진그룹은 437.1%로 각각 나타났다.

채권단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정부의 강력한 구조조정 방침에 따른 것"이라며 "현대그룹의 경우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재무구조개선 약정체결을 주도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운업계는 채권단의 이같은 결정에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업종 특성상 선박 발주시 거액의 자금이 들기 때문에 차입금이 많아, 다른 업종과 비교해 부채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중형 선사 관계자는 "해운업은 외화부채 과다로 환율변동에 민감하다"며 "재무레버리지(재무전략에 따른 금융비용)가 다른 산업에 비해 높기 때문에 같은 잣대로 부채비율을 평가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해운사들의 선박금융은 장기간에 걸친 원리금 상환구조를 가지고 있어 높은 부채비율에도 재무 안정성을 크게 해치지 않는다.

또한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지난 1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운임상승 및 성수기 물동량 증가로 본격적인 실적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때문에 채권단의 신중한 접근이 아쉽다는 의견도 금융권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업종 특성과 흑자로 전환하고 있는 업체에 부담을 주는 것은 과도한 면이 있다"며 "자율협약이 좀도 현실성이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게다가 글로벌 선사들이 낮은 신조선가와 경기회복에 힘입어 대규모 선대확충에 나서고 있는 것에 반해, 국내 대표 선사들은 재무구조개선에만 매진해야 한다. 실제로 한진해운은 채권단 약정 체결 이후 부산신항만 지분 및 선박 매각, 유상증자 등을 통해 94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재무구조개선에 쏟아 부었다.

같은 기간 세계 2위 선사인 MSC의 선복량(배에 실을 수 있는 화물총량)은 전년대비 13% 증가했다. 대만 선사 에버그린은 컨테이너선 100척을 발주할 방침이다. 중국 COSCO 역시 2013년까지 선복량을 60%나 늘린 예정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현시점은 국내 선사들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회"라며 "정부 및 금융권의 도움이 없다면 국내 해운업은 IMF시절 경험했던 시행착오를 다시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10여년 전 IMF 관리체제 당시 부채비율 200% 축소 방침을 따르기 위해 선박을 대량 매각했던 국적 선사들. 이들은 최근 5년 동안 지속된 호황기에 부족한 선박을 채우기 위해 대규모 발주에 나섰다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해운시황이 급락하자, 선박ㆍ컨테이너 등 자산매각에 나서면서 경쟁력 약화를 자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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