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국거래소, 외국기업만 특별대우?

2010-05-19 08:24

(아주경제 김용훈 기자) 한국거래소가 외국기업에 '특혜'를 주고 있다. 외국기업이란 이유만으로 공시 규제를 완화시켜주고 있는 것이다.

현재 거래소에는 3노드디지털을 비롯해 연합과기, 중국엔진 등 중국기업만 10곳이 상장돼 있다. 이들 해외 상장사는 시간차, 외국의 특수 상황ㆍ환경 등을 이유로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투자 지표가 되는 국내 공정공시 규제를 적용받지 않고 있다.

때문에 소수 내부자들에게 호재성 재료를 무차별적으로 알린다 해도 벌점이나 벌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실제 지난 17일 외국상장 1호 기업인 3노드디지탈은 실적 공시도 하지 않은 채 호실적을 발표하는 보도자료를 냈다. 주가는 당장 5% 가까이 급등했다.

3노드디지탈 측은 "내부적인 문제로 분기보고서 제출을 하지 못했다"며 "3노드는 외국법인으로 공정공시의 규제를 받지는 않으므로 이미 언론을 통해 나간 정보에 대해서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이 실적 공시를 내기 전 자료를 배포했을 경우 벌점이 부과된다는 것과 대조적이다. 실제 국내 기업은 단순한 실수 또는 공시 사항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해 공정공시를 놓쳐도 벌점이나 벌금을 부과받고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있다.

투자와 관련된 중요정보를 모든 시장참가자들이 같이 알 수 있도록 증권시장을 통해 일괄적으로 공시하도록 하는 공정공시 제도, 그것이 규칙이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가 국내기업을 오히려 역차별한다는 불만이 새어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물론 한국거래소도 할 말은 있다. 적은 인력으로 해외에서 벌어지는 특수 사항을 헤아리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

거래소 관계자는 "외국법인의 경우 공정공시 규제 적용을 받지 않아 현재로선 어떠한 조치를 내릴 수 없다"며 "외국 법인의 경우 시차나 그 나라만의 특수 상황 등을 고려한다면 사실상 거래소에서 제재를 가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적은 인력을 핑계삼아 변명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향후 외국기업의 국내 상장은 더욱 늘어날 예정이다. 당장 올해에만 액쿼티 그룹, 금융전문회사 CMET홀딩스 등 8개의 미국 기업과 일본의 오피스24와 푸드디스커버리가 국내 증시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거래소가 부여한 외국기업에 대한 공시 특례적용이 투자자 피해를 부를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시급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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