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충현의 디지털돋보기] 돈 주고 SW 사 쓰기 싫다면...
(아주경제 배충현 기자) 정부와 민간에서 소프트웨어(SW) 불법복제를 근절하자는 캠페인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SPC), 한국저작권위원회 등은 '카피제로(COPY ZERO) 캠페인'을 전개하면서 "올해를 우리나라가 저작권 '침해국가'에서 '보호국가'로 거듭나는 원년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또 공공기관과 기업체들도 정품 SW 사용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일반 시민들도 SW 불법 복제의 폐해를 알리기 위한 온라인 운동 등을 벌이고 있다.
이같은 캠페인의 배경은 스마트폰· 노트북· MP3 등 각종 모바일 디지털 기기의 보급 확산으로 영화, 게임은 물론 각종 애플리케이션 및 콘텐츠의 불법복제도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특히 SW 불법복제는 우리나라의 IT강국 위상을 추락시키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최근 경제분석업체인 이코노미스트인텔리전스유니트(EIU)가 66개국을 대상으로 IT경쟁력을 조사한 결과 한국은 16위로 뒤처졌다. 지난 2008년 같은 조사보다 8단계나 추락한 것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도 한국의 IT경쟁력은 오스트레일리아, 싱가포르, 일본, 대만에 이어 5위에 머물렀다.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속인터넷 인프라를 갖고 있지만, 정작 IT경쟁력은 주요 경쟁국에 크게 떨어져 있는 것이다.
한국의 IT경쟁력이 이처럼 저평가 받는 것은 지적 재산권 보호 장치가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제 민간단체인 사무용소프트웨어연합(BSA)이 최근 주요 국가의 SW 불법복제율을 조사한 결과 한국은 41%로 나타났다.
이같은 수치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평균인 27%보다 한참 높아 회원 31개국 중(복제율 낮은 순)에서 우리나라는 22위에 머물렀다.
IT강국의 위상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SW불법복제 강국이라는 오명까지 안고 있는 것이다.
특히 SW가 고부가가치 산업이란 점에서 불법복제의 폐혜는 더욱 심각해진다.
미래기획위원회에 따르면 연간 세계 SW산업은 1조 달러(약 1200조원) 규모로 반도체의 네 배, 휴대폰의 여섯 배다.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등 세계적 SW기업들의 영업이익률은 30%에 이른다. PC 등 하드웨어 업체들의 영업이익률이 보통 한자리인 것에 비하면 SW산업의 수익률은 막대한 수준이다.
문제는 불법복제가 국내 SW산업 경쟁력까지 크게 위축시킨다는 것이다.
개인 사용자는 물론 기업과 공공기관까지 버젓이 불법복제 SW를 사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SW업체들의 사업 근간은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SPC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SW불법복제 건수는 약 6만7400건으로 금액으로 환산하면 1141억5000여만원에 이른다.
SW 개발업체들의 매출로 돌아가야 할 막대한 금액이 불법복제를 통해 공짜로 유통되고 있는 셈이다.
SW업계는 "돈을 주고 SW를 구입하면 아깝다는 인식이 있는 이상 국내 SW산업 성장은 기대하기 힘들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최근 정부는 고부가가치의 SW산업 육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불법복제를 일반화하는 사회 인식에서는 SW산업 성장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SW불법복제의 폐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는 민·관은 물론 일반 사용자들도 정품 SW를 사용해 관련 산업의 경쟁력이 향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IT강국의 위상을 되찾고 SW산업 발전을 이루기 위해 불법복제를 근절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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