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빈부격차, '바링허우' 에서도 고스란히 재연돼

2010-05-10 17:16

(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얼마전 중국 CCTV 방영 후 상당한 사회적 반향을 일으킨 드라마 ‘워쥐(蝸居•달팽이집)’. 드라마 안에서 언니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부동산 가격 때문에 집을 살 수 없어 애만 태우고, 동생은 능력있는 정부 고위 공무원의 여자친구로 살아간다.

중국 갑부집 아들인 후빈(胡斌.20세)은 작년 6월 저장(浙江)성 성도 항저우(杭州)시 번화가에서 광란의 질주를 벌이다 행인을 치어 숨지게 했다. 같은 달 후난(湖南)성 성도 창사(長沙)의 한 캠퍼스 내에서도 한 갑부집 아들이 값비싼 외제차를 몰고 가다가 3살난 여자애를 치어 죽였다.

위의 두 사례는 현대 중국의 ‘바링허우(80後•80년대 태어난 세대)’의 상반된 삶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바링허우 세대는 대부분 1가족 1자녀 정책 실시 이후 태어난 외동자녀이다. 따라서 과거에는 집에서 황제처럼 떠받들여진다고 해서 ‘샤오황디(小皇帝)라고도 불렀다.

바링허우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 아래에서 태어나 어렸을 적부터 부족할 것 없는 풍족한 생활을 누려왔다. 치열한 입시경쟁을 뚫은 후 커다란 포부를 안고 베이징, 상하이 등지의 대학에 진학한 이들은 졸업 후 남부러울 것 없는 직장에 입사해 월급을 받으며 생활하고 있다.

또한 중국 소비시장의 주류로 떠오른 바링허우는 중국 내 기업들은 마케팅 타깃이 되었다. ‘중국에서 성공하려면 샤오황디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는 말은 중국진출 기업들에 가장 중요한 화두이기도 하다.


◆ 신(新) 노예계층

그러나 겉보기에 행복할 것만 같은 바링허우에게도 고민이 있다.

팡누(房奴•집의 노예), 카누(卡奴•카드의 노예), 처누(車奴•차의 노예), 하이누(孩奴•자녀의 노예), 쩡누(證奴•자격증의 노예)…… 모두 바링허우를 지칭하는 유행어다.

2010년 2월초, 광주일보(廣州日報)가 실시한 ‘바링허우 생활현황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바링허우는 치링허우(70後•70년대 이후 출생)세대보다 스트레스가 크다고 밝혔다. 또 다른 통계 는 76%의 중국 대도시 바링허우는 건강 상 문제을 안고 있으며, 60%가 과도한 피로로 고생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바링허우 중에서도 특히 대학 졸업 후 취직을 하지 못해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려나가는 ‘이주(蟻族•개미족)’ 는 중국판 ‘88만원’세대라고 할 수 있다. 집을 구하지 못해 대도리 변두리 지역에 모여 사는 이들이 사는 좁고 누추한 집을 중국에서는 ‘워쥐(蝸居•달팽이집)’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러한 답답한생활에서 견디지 못한 바링허우가 결국 하나 둘 씩 대도시를 떠나  시골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고 <중국신문망>이 10일 보도하기도 했다.

특히 최근 중국 정부가 ‘조화로운 경제발전’ 이념에 따라 지방 도시 발전도 함께 추구하면서 바링허우 의 ‘귀향(歸鄕)’ 발걸음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 신(新) 귀족계층

반면, 몇 년 전부터 중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푸얼다이(富二代ㆍ부를 물려받은 갑부2세)’라는 단어는 바링허우 세대의 또다른 면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부모 세대에 쌓은 재산을 물려받아 부귀영화를 누리는 푸얼다이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중국 사회학자 위안위에(袁岳)는 ▲위기의식 제로 ▲사회환경이해 부족 ▲조직생활 적응력 부족 ▲자아절제능력 부족 ▲황금만능주의 팽배 등을 ‘푸얼다이’의 5가지 특징으로 정리하기도 했다.

이러한 푸얼다이의 이혼급증에 따른 재산분할 소송 역시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기도 했다.

중국 내 새로운 소비층으로 떠오른 갑부2세, 그리고 새로운 노예층으로 전락한 개미족. 중국의 빈부격차의 확대가 바링허우에서도 그대로 재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baeinsu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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