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정상들 결단만 남았다"

2010-04-29 19:48
남은 과제는

(아주경제 김선환 기자) 한국과 중국의 자유무역협정(FTA)이 싹을 틔운 시점은 지난 2006년 11월 베트남 아시아ㆍ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각료회의의 일환으로 열린 한ㆍ중 통상장관 회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양국 통상장관이 만나 민간차원에서 진행돼온 연구를 산ㆍ관ㆍ학 공동연구로 격상시키자고 합의하면서 전환점을 맞게 된다.

2007년 3월 시작된 한ㆍ중 FTA 산ㆍ관ㆍ학 공동연구는 3년여가 흐른 지금에서야 비로소 마침표를 찍을 단계에 접어든 셈이다.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상반기까지 공동연구에 참여해온 양국 산ㆍ관ㆍ학 6자가 한 자리에 모여 그동안의 성과를 마무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를 곧 협상 착수와 연결짓기에는 적지 않은 걸림돌이 산재해 있다는 지적이다. 한ㆍ중 FTA가 한ㆍ미 FTA만큼이나 우리 경제ㆍ사회 등 전반을 뒤흔들 어젠다라는 점에서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기 때문이다.

우선 언제 체결할지, 어느 정도 수준에서 합의를 이끌어내야 할지에 대한 과제로 연결된다.

산업적인 측면에서 보면 한ㆍ미 FTA는 보완관계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한ㆍ중 간에는 충돌이 예상되는 산업이 적지 않다. 엄청난 인구와 토지를 바탕으로 한 농업분야는 논외로 치더라도 자동차, 화학, 조선 등 국내 주력산업의 경쟁력 저하가 불가피하다.

한ㆍ중 FTA 체결에 적극적이던 중국과 달리 우리 정부가 그동안 미온적으로 대응해왔던 것도 이같은 분석이 배경에 깔려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영향이 큰 몇몇 특수한 분야를 잘 절충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FTA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본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은 그러나“중국 입장에서도 우리나라가 통상 규모가 3위 내지 4위가 되기 때문에 (중국과 한국은) 양쪽 모두에게 굉장히 큰 시장"이라고 말해 우리 정부의 인식이 상당부분 바뀌었다는 점을 암시하고 있다.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도 "선진국 시장의 상대적인 위축은 자연스럽게 중국 등 신흥시장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며 "중국이 '세계의 공장'뿐만 아니라 '세계의 시장'으로서의 위상을 굳히고 있다"고 강조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체결 시기 또한 난제다. 일각에서는 한ㆍ미 FTA 발효 전까지는 탐색전을 이어가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한ㆍ미 FTA 비준을 위한 지렛대로서의 역할을 기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그것.

그렇다고 마냥 늦추기도 어렵다. 현 정부 초기 한ㆍ일 FTA 추진에 의욕을 보이다 독도문제 등 외교적 마찰로 부정적 여론이 확산된 점을 감안한다면 이 또한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도 매년 10%에 달하는 경제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중국과의 FTA를 미룰 경우 제2의 내수시장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어차피 한ㆍ중 FTA가 양국 경제에 미칠 긍정적ㆍ부정적 영향은 공동연구 과정에서 모두 드러났다. 양국 수뇌부의 결단만 남아있다는 게 협상에 직ㆍ간접적으로 참여했던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장규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중국팀 선임연구위원은 "한ㆍ중 FTA는 역사적ㆍ정치적으로 볼 때 쉽게 이뤄질 수 있다는 환상은 금물"이라면서도 "양국 정상간 합의만 가능하다면 언제든지 가속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sh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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