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컨트롤타워 필요"…"규제만 늘어난다"

2010-04-25 16:28
■대수술 시급한 '작은 MB정부'

(아주경제 송정훈, 차현정 기자) 이명박 정부의 정부 조직개편 실험이 사실상 실패로 끝날 판이다. 정보기술(IT) 경쟁력 하락,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간 갈등, 안보 대응력 부재 등 갖가지 문제점이 현 정부 출범 후 행한 정부 조직개편의 후유증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부처 기능에 손댄 곳마다 업무 혼선. 정책 조정력 부재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나 많은 지적에도 불구, 정부 조직의 재개편 논의에 대한 찬반 논란이 가열되고 있어 향후 진통이 예상된다.

◆IT 총괄부서 만들어질까.

김형오 국회의장은 지난 13일 국회에서 IT정책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 IT산업 경쟁력은 2007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3위에서 지난해 16위까지 추락했다"며 "정보통신부 해체에 따라 각 부처로 뿔뿔이 흩어진 업무들을 총괄할 '컨트롤타워'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 정부 들어 단행된 정부 조직개편에 따라 정통부는 폐지됐고, IT정책 기능 중 방송ㆍ통신정책은 방송통신위원회로, 산업 전반은 지식경제부로, 국가정보 관리ㆍ보호는 행정안전부로 기능이 이전됐다. 또 소프트웨어∙콘텐츠 부문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맡았다. 이런 분산은 정책 조정의 부재를 불러오는 등 많은 문제를 낳았다. 이 때문에 세계가 정보통신기술(ICT)과 콘텐츠를 결합해 새로운 시장을 형성해 나가는 동안 한국은 뒷걸음질만 쳤다.

특히 콘텐츠산업의 현실은 참담하다. 새로운 디지털 매체로 각광을 받고 있는 전자책(eBook)의 경우 미국 아마존의 킨들, 애플의 아이패드 등이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신영역을 구축해가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관련 콘텐츠 부족으로 지난해 말까지 시장 형성조차 이루지 못한 실정이다.

실제로 콘텐츠와 어플리케이션을 중심으로 한 아이폰의 이익률은 하드웨어 중심 삼성 휴대폰의 3배에 달하고 있다. 110가지의 휴대폰을 라인업으로 구비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지난해 2억2700만대를 팔아 42조1000억원의 매출액에 9.8%의 영업이익률을 낸 반면, 애플은 아이폰 단 하나만으로 2500만대를 팔아 17조9000억원의 매출액에 28.8%의 영업이익률을 달성했다. 애플보다 2배 이상 매출액을 올린 삼성의 영업이익률은 애플에 비해 5조원 가량 적은 것이다. 이에 따라 이상철, 진대제 등 전직 정통부 장관은 IT 총괄부처 불가피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찮다. IT 부처의 부활은 불필요한 규제만을 양산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청와대 박재완 국정기획수석은 "선진국 어느 나라도 IT 주무부처를 두지 않는다. 어떤 분야를 발전시키려면 총괄부처나 컨트롤타워를 둬야 한다는 생각은 낡은 사고"라며 "총괄부처를 두면 규제만 강화될 것"이라고 불필요성을 강조했다.

최경환 지경부 장관도 "IT 총괄부처를 만들자는 주장은 강력한 규제력을 갖는 행정기관을 만들자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금융위와 금감원 ‘밥그릇’싸움, 언제 끝나나

금융당국도 부처 통폐합의 부작용이 심각하다. 금융위가 국내금융을, 재정부가 국제금융 정책 전반을 관할하고 금융감독을 금감원이 맡으면서 글로벌 경제위기 당시 효율적 대처를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들끓었다.

특히 금융위의 권한이 막강해지면서 금감원과의 '견제와 균형' 관계가 흔들린 것도 문제다. 금융위는 현 정부 출범 후 개편시 재정경제부 산하에 있는 금융정책국과 외국환거래의 건전성 감독기능 등을 가져왔다. 또 산업은행, 기업은행, 주택금융공사,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예금보험공사에 대한 감독권도 획득했다.

이로써 전신인 금감원보다 금융위의 위상이 한 단계 높아지면서 금감원의 역할과 기능을 위축시켰다. 이 때문에 금융위는 금감원을 단순한 산하기관으로 여긴다. 옛 금융감독위원회 시절 거의 동반자처럼 움직이던 때와 달라졌다. 조직원 1600명의 금감원은 금융회사들에 대한 감독과 검사를 담당하면서 모든 정보를 손에 쥐고 있지만, 금융위가 요구한 정보만 주고 지시한 일만 한다.

민주당 정무위 소속 이성남 의원 측은 "실질적으로 금융위가 감독정책을 관할하면서 감독기구인 금감원이 크게 위축됐다"며 "금융시스템의 비효율과 금융소비자들의 불편만을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정부는 금융위는 금융정책의 개발 및 운용, 규제개혁에 전념하고 직접적인 금융감독 업무는 금감원이 맡도록 하는 등 양 기관의 권한과 책임을 구분함으로써 업무 혼선이 최소화됐다고 평가하고 있어 앞으로 구조개편에 진통이 예상된다.

◆국가안보 총체적 부실

최근 천안함 침몰사건을 계기로 국가안보 시스템에서도 허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이 또한 국가 위기나 재난에 대비해 정보를 총괄적으로 관리, 대책을 마련하고 집행할 컨트롤타워가 부재한 데 따른 것이다.

현 정부의 청와대 내 외교안보수석이 관할하는 국가위기상황센터만으로는 위기상황 관리에 역부족이다. 여기에 사무처 없이 비상설기구로 바뀐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무력하다는 지적이다. 사무처 없는 회의체는 손발 없는 기구와 같다는 것.

이번 사태로 정부 당국이 국가안보태세와 위기관리시스템을 재점검하고 군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지만 정부의 대책은 미미하다.

상황이 이러하자 청와대는 부랴부랴 대통령 안보특보직 신설을 검토 중인 것으로 25일 알려졌다. 다만 앞서 청와대가 NSC 상임기구화 및 사무처 부활 또한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한 것과 관련해서는 구체적으로 검토 중인 것이 없다는 게 청와대 핵심 참모의 설명이다.

songhdd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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