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만년 세월이 만든 자연의 위대한 발자취

2010-04-21 10:14


수 만년 세월이 만들어 낸 자연의 위대한 발자취인 노르웨이의 피오르.

본격적인 피오르관광은 ‘노르웨이 인 어 넛셀(Norway in a Nutshell)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이 프로그램은 오슬로에서 베르겐까지 연결되는 코스다. 중간 기착지인 뮈르달까지는 기차로 이동한다. 뮈르달(Myrdal)에서 플롬(Flám)까지는 산악 열차로 눈 덮인 협곡을 감상한 후 플롬에서 구드방겐까지 송네 피오르를 감상할 수 있다.

피오르는 수천m의 만년설이 빙하가 돼 수 만년의 세월을 흐르면서 깎아내려 생긴 계곡에 바닷물이 들어찬 지형이다.

노르웨이는 게이랑에르·송네·하당에르·뤼세 등 4대 피오르가 있다. 관광객들은 노르웨이 인 어 넛셀 프로그램을 이용해 송네와 하당에르 피오르를 많이 찾는다.

오슬로의 센트럴 역에서 출발한 기차는 뮈르달까지 4시간 40분 정도 걸린다.

기차가 오슬로를 벗어난 지 채 한 시간도 못돼 풍경은 삽시간에 설국 속으로 빠져들어 간다. 해발 1200m의 중간 기착지 핀세(Finse)에 다다르면 어디가 땅인지 하늘이니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백색의 세상이 펼쳐진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눈 덮인 마을은 여전히 겨울잠에 빠져있다. 대부분의 승객들은 크로스컨트리 스키를 즐기기 위해 핀세에서 내린다. 뮈르달에서 플롬까지는 20여Km의 산악열차 ‘플롬스바나’로 연결된다.

눈 덮인 산봉우리에서 흘러내리는 100여m의 폭포와 협곡, 그리고 병풍처럼 깎아지른 절벽 등 웅장한 자연에 대한 경이로움을 체험할 수 있다.
터널과 절벽사이를 아슬아슬하게 달리던 열차는 키요스포센 폭포 앞에서 잠시 멈춘다. 아직 곳곳에 빙벽이 남아있지만 귀가 멍멍할 정도로 쏟아지는 거대한 물줄기 위로 떠 있는 무지개가 환상적이다.
플롬에서 구드방겐까지는 송네피오르 유람선 투어가 이어진다.

이곳 사람들은 피오르 여행의 출발지인 플롬을 ‘피오르의 심장’ 또는 '노르웨이의 진주’라 부를 정도로 자부심이 대단하다.
그러나 플롬은 세계적인 명성과는 달리 겨우 인구 450명의 작은 시골마을이다.

바다에서 200여Km나 내륙으로 이어지는 송네피오르는 크게 네 구역으로 나눠진다. 그중 플롬에서 구드방겐 구간인 아를랜드(Aurland)와 네뢰(Nærøy) 피오르가 가장 아름다워 2005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됐다. 길이 204Km에 최고 수심도 1309m에 이른다. 대부분 목축을 하는 마을들은 가파른 비탈에 자리 잡고 있다. 눈 봉우리를 이고 울긋불긋 단장을 한 집들이 한가로워 보인다.

하당에르 피오르 관광 페리가 출발하는 울빅(Ulvik)은 노르웨이의 대표적인 사과 주산지다. 수확한 사과를 이용한 사과 주스와 유럽 최고의 품질로 인정받고 있는 하당에르 사이다(Sider)가 자랑이다.

이곳의 사이다는 우리가 아는 탄산음료가 아니라 일종의 스파클링 와인이다. 달콤하고 새콤한 감칠맛이 우리 입에 잘 맞는다. 사이다 뿐 만 아니라 사과 코냑과 브랜디도 생산한다. 73도짜리 브랜드 원액을 맛 볼 기회도 있다. 향이 좋아서인지 그다지 독하지 않게 느껴진다.

그러나 뒤끝은 엄청나게 세다.
송네 피오르가 거대하고 당당한 남성적인 매력을 풍긴다면 하당에르 피오르는 부드럽고 목가적인 여성에 비유된다. 그래서인지 영원한 사랑을 노래한 ‘솔베이지 송’을 작곡한 에드바르 그리그도 이곳의 울렌스방 호텔을 자주 찾아 음악적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근처의 스타인스탈스포센 폭포는 높이가 70여m에 달한다. 수량도 풍부하다. 눈이 녹기 시작하는 4월 중순이 가장 볼 만하다.
페리로 30여분 하당에르 피오르를 건너면 유럽최대 규모의 하당에르 국립공원 자연센터가 나온다. 수십Km 이어진 협곡 끝에 마을과 함께 전시관 등 편의시설이 자리 잡고 있다.
전시관에서는 20여분 공중에서 찍은 국립공원의 사계를 파노라마 영상으로 보여준다. 순록사냥과 흰여우의 야생먹이활동을 보여주는 박제품도 눈길을 끈다.

주로 7~9월이 피크 시즌이다. 하당에르 피오르 주변에는 할러데이하우스(일종의 별장)가 몰려있다. 주말이면 카약, 수상스키 등 해양레포츠와 산악자전거, 하이킹을 즐기는 사람들로 붐빈다. 플롬·울빅(노르웨이)=글·사진 윤용환 기자 happyyh63@

◆역사와 전통의 울렌스방 호텔

울렌스방 호텔은 하당에르 피오르의 조용한 마을 로프트스(Loftshus)에 자리 잡고 있다.

대를 이어 호텔을 운영하고 있는 우드네 가족은 1846년 작고 아담한 여관으로 출발했다. 지금은 역사와 전통과 현대적인 시설을 자랑하는 최고급 호텔로 변모했다. 현재 이 호텔의 사장은 에드먼드 우드네로 4대째 가업을 이어가고 있다. 5대째인 아들 한스 우드네 마케팅 담당은 매년 한국을 찾는 지한파다. 최근에는 6대인 손자까지 가업에 참여하고 있다.

현 노르웨이의 국왕인 하랄5세의 왕비 손야를 비롯해 스칸디나비아의 왕실이 매년 찾을 정도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호텔이다. 복도에는 1971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빌리 브란트 전 독일 수상과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 인디라 간디 전 인도 수상 등 유명 인사들의 방문 기념사진이 걸려 있다.

노르웨이의 대표적인 음악가 에드바르 그리그도 단골이었다. 두어 달씩 머물며 작곡에 전념했다는 오두막도 그대로 보존돼 있다. 오두막 안에는 당시의 피아노와 작곡 필기도구 등이 전시돼 있다. 실제 키가 152Cm인 그리그가 사용했던 같은 키 높이의 전화기도 여전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오두막 옆 정원에는 그리그와 부인의 실물 동상이 있다.

모든 방들은 코발트빛 하당에르 피오르를 배경으로 우뚝 솟아있는 포젠포나(Folgefonna)빙하를 마주보고 있어 최고의 경관을 자랑한다.

내부에는 수 백 년 된 엔티크 가구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내부 시설은 현대적이지만 여전히 방문은 카드가 아닌 열쇠를 이용하도록 전통을 고수하고 있다.

매년 5월이면 하당에르 뮤직페스티벌이 열려 세계적인 음악가들이 모인다. 이곳에는 극소수 부자들을 위한 피오르드와 빙하, 산악지대를 오가며 즐기는 헬리콥터 골프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윤용환 기자 happyyh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