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부-골드만삭스 '전면전' 돌입?

2010-04-20 18:50
오바마, 뉴욕 연설…월가에 전면전 선언 골드만삭스, 백악관 법률 고문 출신 영입 반격 태세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사기혐의로 피소된 골드만삭스가 반격에 나섰다. 미국 정부와의 전면전을 준비하며 정계 유력인사를 영입하고 있는 것이다. 미 정부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금융규제개혁의 고삐를 죌 태세라 월가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19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오는 22일 뉴욕 맨해튼의 쿠퍼스유니언대 연설을 통해 금융규제 개혁의 당위성을 강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쿠퍼스유니언은 오바마가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시절 느슨한 금융규제가 엔론과 월드컴의 분식회계를 가능하게 했다며 금융규제개혁 의지를 드러냈던 곳이다.

오바마가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고 있는 에이브러햄 링컨을 비롯해 시오도어 루스벨트, 우드로 윌슨,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등이 재임시절 연설했던 곳이기도 하다. 루스벨트는 100년 전 이 곳에서 건강보험 개혁을 처음으로 주장했다.

오바마가 금융개혁 저항 세력의 심장부인 뉴욕에서 금융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려는 것도 의미가 깊다. 이에 대해 허핑턴포스트는 "오바마 대통령이 건강보험 개혁 때와 마찬가지로 금융개혁 문제를 놓고 '통크게 가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오바마는 지난해 8월 전국적인 건보개혁 반대시위로 인해 건보입법이 불투명해지자 상ㆍ하원 의회연설을 통해 건보개혁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공화당이 금융개혁 입법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 뉴욕 연설로 상황 반전을 노리겠다는 게 오바마의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골드만삭스의 반격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금융기업들이 이번 사태를 주시하고 있는 만큼 골드만삭스는 월가를 대표해 미 정부와 맞설 태세다.

미국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이날 소식통을 인용, 골드만삭스가 최근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초대 백악관 법률고문을 지낸 그레고리 크레이그를 영입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크레이그는 뛰어난 변호사이자 법 절차와 워싱턴 정가에 정통한 인물"이라며 이런 능력은 현재 골드만삭스에 특히 필요한 요소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에 폭넓은 인맥을 가진 크레이그가 소송 과정에서 단순 법률자문 이상의 긴요한 도움을 줄 것이라는 설명이다.

백악관은 그러나 크레이그가 골드만삭스의 자문에 응할 것이라는 관측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한 백악관 관리는 "백악관 직원은 퇴직 후 2년간 자신의 고객을 대신해 어떤 행정기구와도 소송을 벌일 수 없다"며 지난해 11월 법률고문직에서 물러난 크레이그가 소송 대리인으로 나설 가능성은 없다고 내다봤다.

그는 또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법적으로 백악관의 강제력이 미치지 않는 독립기구"라며 백악관 법률고문 경력이 SEC의 소송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관측했다.

골드만삭스는 험난한 소송 과정에서 크레이그라는 카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전망이다. 골드만삭스의 자문단에는 크레이그 외에도 켄 두버스타인 전 백악관 비서실장과 잭 마틴 공공전략 대표 등이 포진해 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16일 SEC의 제소 직후 회사 분위기를 캠페인 모드로 전환하고 대외 이미지 제고와 여론 선점을 위해 애쓰고 있다.

20일 주주들을 대상으로 한 전화회의에는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데이비드 비니어가 직접 나서 골드만삭스의 위기 대응전략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 전화회의에는 주주뿐만아니라 정책입안자와 고객들도 초청해 사태 전말을 직접 설명할 예정이다.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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