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말 없는 해군, "평택은 고요했다"

2010-04-20 19:09

20일 평택 해군 제2함대 사령부는 고요했다. 길가에는 벚꽃만이 흩날렸다. 희생자들을 찾아온 지인들의 무거운 발걸음만 이따금 이어질 뿐이었다.

◆고요한 평택, 입 닫은 해군

천안함이 침몰한 지 26일째다. 함미는 육상으로 올라왔지만 함수는 아직도 바다 밑에 가라앉아 있다. 육상에 올라온 함미 역시 여전히 가림막으로 덮인 채였다. 두 토막난 천안함은 말이 없었다. 해군도, 정부도 입을 닫았다. 천안함 침몰 원인을 밝혀 줄 민군 합동조사단 역시 정확한 물증을 찾지 못하고 같은 말만 되풀이 했다.

해군은 이날도 사령부내 출입을 철저히 통제했다. 2함대 사령부 입구에는 실종자 가족 안내소가 있다. 실종자들의 가족과 지인, 군 관계자가 아니면 2함대 내로 들어갈 수 없었다. 출입을 원하는 사람은 안내소에 신분증을 제시해야 한다. 군은 신분증을 받고 사령부로 전화를 걸어 다시 한번 확인을 했다. 가족이나 지인임을 확인 받은 방문자는 임시 방문증을 받아 군 측에서 제공하는 버스를 타고 부대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희생자 가족들과의 언론 접촉은 더 어렵다. 군은 혹시라도 지인으로 위장해 잠입할 수 있는 기자들의 출입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한 군 관계자는 안내소를 지나치며 "기자들이 절대로 들어오지 못하게 확실히 하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이날 진행된 함미의 인양ㆍ조사 과정도 철저히 비공개에 부쳐졌다. 사고 발생 26일째이건만 사고 원인은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취재 열기도 식었다. 해군회관 2층에 마련된 기자실에는 빈자리가 많았다. 사건 초기의 북새통과 비교해 기자들의 머릿수는 5분의 1 정도로 줄었다. 취재차량으로 가득해야할 주차장도 한산했다. 천안함에 대한 관심과 함께 취재열기도 사그라든 듯 보였다.

평택 해군2함대사령부 주변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인숙(45)씨는 "기자로 보이는 손님들이 꾸준히 오고 있기는 하지만 그 인원수가 현저히 줄었다"며 "처음 5~6명 씩 무리지어 오던 기자들도 이제는 2~3명 수준이 대부분이다"라고 말했다.

평택항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최철우(39)씨 역시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도 바로 옆 부대 일이고 취재차량들도 오고 해서 처음엔 관심이 많더니 이제는 예전 같지 않다"며 "이제는 다들 일상으로 돌아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물증이 없다"는 합동조사단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여야 3당 대표 오찬 간담회를 갖고 "각계 전문가를 모시고 가능하면 객관적ㆍ과학적으로 이번 원인을 조사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태재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함미 조사 결과에 대해 "합조단은 함미 육안감식 결과 외부폭발 가능성이 크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최종적인 원인 규명을 위해서는 함수 인양과 잔해물 수거 후에 가능하다"며 "버블제트 가능성을 포함해 아직 합조단에서 어느 쪽으로 의견을 구체적으로 모은 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함수 인양 뒤 함미와 절단면을 비교해봐야 폭발원인 등을 평가할 수 있다"면서 "북한관련 부분도 아직 결정적으로 주장할만한 근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특별취재팀=박재홍ㆍ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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