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용훈 기자) 금융투자협회가 민감한 규제성 제도를 도입하면서 해당 업계와 조율조차 없이 밀어붙여 갈등을 키우고 있다. ‘펀드실명제’와 ‘애널리스트 공시제도’가 바로 그것.

펀드실명제는 황건호 금투협 회장이 지난해 3월부터 도입의 당위를 피력해온 만큼 시간적 여유가 충분했음에도 업계 의견 수렴을 게을리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애널리스트 공시제도는 당장 7월 시행을 준비하고 있지만 이 제도가 시행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애널리스트가 드물 정도다.

1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펀드 실명제는 펀드 수익률 광고 시 해당 펀드를 운용하는 펀드 매니저의 실명을 공개하도록 한 제도다.

그간 투자자가 자산운용보고서나 공시를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던 펀드매니저 이름을 광고를 통해 쉽게 알 수 있도록 해 투자자 보호를 강화한다는 취지다.

더불어 업계 내 이동이 잦아 '철새'란 비판까지 들어온 펀드매니저들의 이직을 줄여 보다 책임 있게 펀드를 운용하도록 한다는 것.

특히, 펀드 실명제는 황건호 회장이 작년 3월부터 수차례 펀드 시장의 과제로 강조해왔던 제도다.

지난해 11월 국제자산운용협회(IIFA) 연차총회에서도 황 회장은 "펀드매니저들의 잦은 이직과정에서 펀드 운용에도 영향을 받으므로 이에 대해 총체적인 공시체계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협회는 작년 3월부터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해왔지만 정작 이를 두고 업계와 논의한 것은 불과 한달 전"이라며 "지난 1998년 펀드매니저 이름을 건 광고들이 있었지만 오히려 당시 자산운용협회 측에서 이를 막은 적이 있다"고 전했다.

애널리스트 공시제도 역시 마찬가지다.

투자의견과 보고서를 공개 무책임한 보고서를 줄여 투자자 손실을 최소화 할 목적으로 오는 7월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제도가 시행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애널리스트가 드물 정도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이야기를 듣기 전까진 이 제도가 7월에 시행되는지조차 몰랐다"며 "시행 목적은 이해하지만 투자의견이나 목표가를 제재한다는 것은 납득이 가질 않는다"고 말했다.

또 연봉 공개는 사생활 침해의 소지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또 다른 애널리스트는 "한 애널리스트의 연봉 공개가 기업 보고서 신뢰도 향상에 얼마나 기여할 지 모르겠다"며 "검증되지 않은 효과를 위해 한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금투협 관계자는 "7월 초 시행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지만 현재 제기되고 있는 문제들이 있기 때문에 목표일에 시행할 수 있다고 장담할 순 없는 상황"이라며 "현재 업계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중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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