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 자영업자 고용보험법 표류
휴.페업땐 400만명 실업급여 혜택...4개월째 국회서 낮잠
(아주경제 송정훈 기자) 경기침체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400만명의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실업급여 혜택을 받게 하는 고용보험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지난해 12월 정부가 제출한 이 개정안은 연말 예산정국, 노조법 개정안 논란 등으로 표류하다가 지난 16일에야 환경노동위원회에 상정됐다. 하반기 국회 원 구성, 6∙2 지방선거 등 앞으로의 정치일정을 감안할 때 이번 4월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해야 할 민생법안으로 이 개정안이 꼽히고 있다.
고용보험이란 감원 등으로 직장을 잃은 실업자에게 실업보험금을 주고 직업훈련 등을 위해 장려금을 지원하는 제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무급 가족종사자를 포함한 자영업자는 지난해 말 기준 약 705만명으로 전체 취업자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OECD 국가 평균인 16.1%의 약 2배다. 정부는 이 중 개정안에 따라 고용보험의 가입이 제한되는 무급 가족종사자, 50명 이상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주, 농림어업 종사 자영업자 등을 제외한 약 470만명이 고용보험 임의가입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하면서 조속한 법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또 자영업자가 임금노동자보다 실업급여 수혜율이 훨씬 높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보험료율은 임금노동자의 보험료율인 월 평균소득의 0.9%(사용자와 노동자가 반씩 부담)를 크게 웃도는 2%(자영업자 전액 부담) 정도로 책정했다.
문제는 2%의 보험료를 자영업자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영세업자들이 얼마나 가입할 수 있느냐다. 민주당 김재윤 의원은 "정부 재정을 투입하지 않는 한 실효성이 의심스러운 대책"이라며 "실업부조제도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또 있다. 자영업자의 소득수준이나 실제 영업 여부를 확인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가령 거짓으로 휴∙폐업을 가장해 실업급여를 받는 사례가 나올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개정안에 △최소 가입기간 1년 이상 △비자발적 폐업이나 사업 양도시에만 수급자격 부여 등 보완대책을 포함시켰다.
그러나 이들 규정으로 완전히 부정수급을 방지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모든 사업장을 실제 살펴볼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조작된 서류나 사실관계를 일선공무원들이 가려내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고려대 강성진 교수는 "민생관련 법안들을 우선적으로 처리하는 것은 맞다"며 "그러나 무조건 빨리 처리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제대로 심사해 정책의 효율성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songhddn@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