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부당한 조치 확대하면 강력 대처"

2010-04-14 19:23
현인택 장관 국회 답변…정부의 '마땅한 카드'는 없어

■ 악화되는 남북관계

(아주경제 차현정 기자) 금강산 관광 및 개성공단 사업을 놓고 우리 정부와 북한 당국의 끝 없는 기싸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남북관계에 극적인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는 이상 난항은 거듭될 전망이다.

북한은 14일 그간 예고했던 금강산 내 남측 부동산에 대한 동결조치를 강행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부당한 조치'라며 강경대응 방침을 세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는 것은 이번 조치를 애써 무시하겠다는 것이다.

몰수라면 상황이 다르지만 금강산 관광 중단으로 어차피 현지 건물을 쓰지 못하고 있는 지금, 동결의 실질적인 의미는 '출입금지' 정도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기 때문이다.

금강산 관광 주사업자인 현대아산 역시 이번 동결 대상에 자사 부동산이 빠진 상황에서 별다른 대응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현대아산 소유 부동산을 동결하는 등 민간기업의 재산권을 실질적으로 침해하는 다음 단계 조치로 넘어갈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양측이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높지 않기 때문에 북한이 이달 중 다음 단계 조치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정부 안팎에서는 보고 있다.

정부는 일단 사업자 차원의 문제제기가 우선이라는 입장이지만 북한의 추가 조치에 대해서는 엄중 대처한다는 방침이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부당한 조치들을 확대 실시해 나갈 경우 남북관계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로 보고 강력하게 대처할 것"이라며 "우리 사업자가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하는 강력한 대응조치를 해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가 쓸 수 있는 정책수단이 많지 않아 보인다.

당국간 합의사항인 '남북 사이의 투자보장에 관한 합의서'가 존재하지만 분쟁 해결은 당사자간 협의를 통하도록 되어 있다. 협의를 통해 해결이 안되면 남북상사중재위원회에서 다루게 돼 있지만 상사중재위는 아직 설치되지 않은 상태다.

또 당국 차원의 대북 인도적 지원이 미미한 상황에서 정부가 이를 카드로 활용하기도 마땅치 않다. 개성공단 사업 중단이나 남북교역 중단 등 경협 차원의 압박도 우리 기업들이 상당한 출혈을 감수해야 한다.

현대아산 등 기업들의 자구책도 마땅치 않다.

북한을 합의 위반 및 계약 파기로 걸어 국제중재기구로 끌고가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겠지만 북한이 '국제중재에 대한 뉴욕 협약' 미가입국이기 때문에 국제중재에 따른 강제조치가 북한에는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결국 당국간 대화 외에 뾰족한 수가 없는 것이다.

정부는 북한이 원하는 날짜에 언제든 대화를 할 수 있다면서도 날짜를 특정해 대화를 제의하지 않고 있다.

방북자 신변안전보장 제도화 등 3대 요구를 충족해야 금강산 관광을 재개한다는 원칙을 세운 마당에 북한의 압박에 등 떼밀리듯 회담장에 나갈 수는 없다는 게 정부의 속내다. 또 천안함 침몰의 진상규명이 끝나기 전에 정부가 대북 유연성을 발휘하기도 어렵다.

북한도 더 이상 대화가 필요 없다고 천명한 뒤 부동산을 동결한 만큼 현 단계에서 압박을 접고 대화를 하자고 나올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예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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