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런' 학습효과?…재투자 없어

2010-04-11 14:46

(아주경제 김용훈 기자) 펀드 대량 환매에 대한 우려가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

1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8일까지 2조2344억원이 빠져나가면서 불과 6거래일 만에 3월 순유출액 1조8055억원을 넘어섰다. 올 들어 유출된 규모도 4조원을 넘어섰다.

업계에선 2000년 들어 2003년과 2007년에 이은 세번째 펀드런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03년에도 코스피가 500까지 하락한 후 2004년 9월 800으로 회복하면서 펀드 환매가 줄을 이었다. 또 2007년 4월에도 코스피가 1300대 저점을 찍고 1500을 돌파하자 펀드 자금 이탈이 가속화됐다.

지수가 저점을 찍고 반등하면서 펀드런이 발생한 것이다. 물론 두 시기 모두 펀드 자금 유출입이 공식적으로 집계되기 전인 탓에 정확한 환매 규모를 파악할 수 없다.

하지만 설정액 증감으로만 보면 2003년 3월부터 1년2개월간 3조9430억원, 2007년 초 4개월 동안 4조6170억원이 순유출됐다.

이번엔 900선 붕괴 이후 1700까지 회복하는 과정에서 환매가 몰리고 있다. 게다가 2003년 외국인의 '사자'와 펀드의 '팔자'가 맞서는 것까지 비슷하다. 당시 외국인 연간 순매수 금액은 13조7000억원에 달했고 시가총액 비중은 40%를 돌파했다.

전례와 다른 것은 재투자가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2003년과 2007년 초엔 환매도 많았지만 설정도 꾸준히 이뤄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설정이 정체 상태에 빠져 있다. 특히 코스피가 1700에 올라선 뒤에는 설정이 많아야 1000억원 수준이고 500억원에 머문 경우도 많다.

전문가들은 이를 '뼈아픈 학습효과에서 나온 결과'로 보고 있다. 지난 2007년 코스피지수가 2000까지 내달릴 당시 펀드 열풍에 너나 할 것 없이 펀드에 가입했지만 900선 붕괴를 겪고 3년을 꼬박 고생했기 때문이다.

한 판매사 관계자는 "과거 펀드런에 휩쓸려 환매한 투자자가 2000선 돌파의 과실을 얻지 못했다는 논리가 먹혀들지 않는다"며 "적게는 본전, 5~10%의 수익률이어도 미련 없이 나가겠다는 투자자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강신우 한국투신운용 부사장은 "주가 상승이 이어지면 분명 환매한 개인들이 펀드에 다시 들어올텐데 이번에도 더 높은 지수대에서 들어와 외국인 물량을 받아낼 것 같아 아쉽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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