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곡점에 선 태양광산업 ‘시장격차 줄여라’

2010-04-13 12:11
<b>상위 7개사가 시장 대부분 점유…한국기업 샌드위치 신세</b>


(아주경제 김지성 기자) 글로벌 태양광산업 시장에서 선두업체들의 쟁탈전이 거세지는 가운데 우리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확대를 위해 규제완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13일 삼성경제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독일의 Q셀, 미국의 퍼스트솔라 등 상위 7개 기업들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74%로 높아졌다. 이들 기업들의 2008년도 시장점유율은 44%였다. 상위 업체들의 과점화가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중국업체들의 기세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의 선텍, 잉리솔라 등 4개 기업의 점유율은 2008년 21%에서 지난해 37%로 16%p나 증가했다. 중국업체들은 성능대비 저렴한 가격의 태양전지 생산으로 주목받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4.6GW의 태양전지 셀을 생산해 전체 생산량의 절반 수준인 49%를 차지했다.

중국의 부상은 한국기업들에게 위기감을 주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최근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태양전지 생산량에서는 세계 9위(2008년 기준)지만 글로벌 톱10에 포함된 기업은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중국은 선텍(3위·494MW), 잉리솔라(6위·282MW), JA솔라(7위·277MW) 등 3개 기업이 태양전지 글로벌 10 기업 리스트에 올라 있다.

한국태양광산업협회 관계자는 “중국과 대만(기업들)이 모듈과 셀에서 강세고, 기술은 유럽과 일본 미국이 앞서 있다”고 말했다. 한국기업들이 값 싼 중국제품과 기술이 앞선 유럽 등의 제품 사이에서 고전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전통적으로 한국은 제조기술에 강점이 있고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기술이 앞서 있어 늦게 시작했지만 얼마든지(추격)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올해를 태양광 산업의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HMC투자증권 소용환 수석연구위원은 “여러 태양광 업체들의 신규투자가 이어지고 있고, 각국 정부의 지원 제도가 다시 확대되고 있으며 민간업체들의 경쟁 확대가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태양광산업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도 설비를 확충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올해 5000억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면서 “설비 및 기술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대중공업은 올 초 충북음성에 제2공장을 준공하면서 모두 330MW 설비용량을 갖췄다. 2008년 5월 30MW급의 음성공장 설립 당시와 비교하면 2년이 채 안 돼 생산능력을 11배 늘린 셈이다.

미리넷솔라도 올해 안에 300MW 생산능력을 갖출 계획이다. 미리넷솔라 관계자는 “상반기 중에 100MW, 하반기 중에 100MW 증설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해외 시장에 싸게 만드는 방법으로는 중국과 경쟁이 되지 않으니 아시아권 기업 가운데 품질 우위를 가져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리넷솔라는 5월부터 전환효율(태양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전환하는 비율) 17% 대의 제품을 양산해 시장에 내놓을 예정이다. 현재 세계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주류 태양전지의 전환효율은 16%대다.

글로벌 태양광시장의 점유율 확대를 위해 정부의 지원과 규제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국태양광산업협회 이성호 부회장은 “미국도 30%의 투자세액공제율을 적용하는데 우리는 20%에 불과하다”며 “최소한 미국 정도의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또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하려고 해도 법률적인 걸림돌이 많다”면서 “유휴지나 나대지 등에 대한 규제를 과감하게 풀어 발전설비가 들어갈 수 있도록 인허가제도를 유연하게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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