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사망으로 폴란드 전국 혼란

2010-04-10 19:29

(아주경제 신기림 기자) 10일(현지시간) 레흐 카친스키 폴란드 대통령이 러시아 방문 중 비행기 추락사고로 돌연 사망하면서 폴란드 전체가 혼란속에 빠져들었다. 

러시아 관리들은 카친스키 대통령 부부 등 모두 132명이 탑승한 러시아제 Tu(투폴레프)-154 비행기가 이날 오전 10시 56분께(현지시각) 모스크바에서 서쪽으로 350km 떨어진 스몰렌스크 공항 부근에 추락, 탑승객 전원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폴란드는 총리가 실질적으로 내각을 구성하고 정책을 수행하는 의회 내각제이지만 대통령도 대외적 국가원수로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어 폴란드 정국에 미치는 후유증은 엄청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폴란드-러시아 관계는 사고 원인에 대한 조사 결과에 따라 중대한 수준의 파장이 일 가능성도 있다.

카친스키 대통령이 러시아를 방문한 것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의 초대를 받지 않은 상황에서 소위 '카틴숲 학살사건' 추모행사에 참여하기 위해서였다.

카틴숲 학살사건이란 제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0년 당시 소련 비밀경찰(NKVD)이 서부 스몰렌스크 인근의 산림 지역인 카틴숲에서 폴란드인 2만2000여명을 살해, 암매장한 사건이다.

소련은 이 학살이 나치의 소행이라고 주장했으나 사건의 진상이 드러나면서 지금까지 폴란드와 러시아 간 분쟁의 불씨로 남아있다.

푸틴 총리는 70주년 추모식에 도널드 투스크 폴란드 총리를 초대했으나 그동안 러시아 정부를 강력히 비판해온 반공주의자 카친스키 대통령은 초대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카친스키 대통령은 "폴란드의 최고 대표자는 대통령"이기 때문에 초대가 없더라도 카틴을 방문할 것이라면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고 결국 이날 카틴에서 희생자 가족들과 함께 별도로 추모식을 개최할 예정이었다.

이에 과거사 문제로 러시아에 대해 반감이 있는 폴란드 국민의 대(對) 러시아 정서가 급격히 악화할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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