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약시리즈⑭] '고용없는 성장' 서비스업이 대안이다
(아주경제 권영은 기자) 일자리 창출의 '블루오션'. 국가경쟁력을 끌어올릴 신성장동력. '고용없는 성장'의 대안으로 서비스업이 급부상하고 있다.
제조업의 전성시대는 저물었다. 한국경제를 이끌던 제조업은 기술집약적으로 빠르게 변신 중이다. 고용효과가 큰 노동집약적 제조업은 대부분 해외로 이전됐다. 더 이상의 일자리 창출은 어려운 구조다.
실제 고용효과도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제조업이 1% 성장할 때 고용은 0.1% 감소했다. 반면 서비스산업이 1% 성장하면 고용은 0.66% 늘었다. 취업유발효과도 서비스산업이 제조업의 두 배였다.
◆서비스산업…고용 창출ㆍ신성장동력으로
그러나 서비스산업은 여전히 제자리걸음 중이다. 한국의 서비스산업 경쟁력이 선진국과 30년 차이가 난다는 연구 결과는 충격적이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은 2008년 기준 우리나라의 서비스산업이 국내총생산(GDP)과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57.6%, 66.7%라고 밝혔다. 이는 독일과 일본의 1980년 수준에 불과하다. 서비스산업의 '선진화'는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급한 과제가 됐다.
정부는 어느 때보다 더 의욕적으로 서비스산업 성장대책을 내놓았다. 서비스산업으로 내수와 수출,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하지만 일자리 창출로 연결된 것은 거의 없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서비스업 성장률은 2.8%에서 1.0%로 뒷걸음질쳤다. 일자리도 줄고 있다. 서비스업의 최종 수요가 10억원 증가할 때 신규취업자 수는 2000년 9.1명에서 2007년 7.6명으로 감소했다.
황수경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원은 "정부가 개입해서 직접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분야, 이를 테면 사회서비스업 등의 일자리 창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주목받는 1인 창조기업과 사회서비스업
정부는 보다 구체적인 일자리 창출 청사진을 내놓았다. 지난 8일 열린 국가고용전략회의에서 정부는 5대 유망 서비스분야를 선정해 발표했다. △콘텐츠ㆍ미디어ㆍ3D △사회서비스 △관광ㆍ레저 △교육ㆍ연구개발(R&D) △보건ㆍ의료 등이 그것이다. 정부는 먼저 콘텐츠ㆍ미디어ㆍ3D산업에서 2014년까지 8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오는 6월까지 순차적으로 마무리할 방침이다.
콘텐츠ㆍ미디어ㆍ3D 분야는 우리나라가 이미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청년층의 눈높이와도 맞는다. 태어나면서부터 디지털 기기를 접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인 청년층의 실업난 해소와도 맞물린다.
특히 1인 창조기업 육성안이 눈에 띈다. 일종의 틈새시장이다. 정부는 1인 기업에 최대 4000만원까지 지원해 2014년까지는 5만개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창의적 아이디어 발굴에서부터 콘텐츠 제작, 창업 컨설팅, 마케팅 등 전 과정을 원스텝(One-Step)으로 지원한다.
이갑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취업난이 갈수록 심화되고 퇴직 연령이 낮아지면서 자신만의 기술과 경험을 토대로 1인 기업을 추구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며 "인터넷 등 정보기술(IT)의 발달, 아웃소싱 증가 추세 등 초소형 기업에 우호적인 환경도 조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서비스업도 일자리 창출 가능성이 높게 평가되고 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제조업을 보완할 수 있는 개인 서비스업과 제조업을 지원하는 서비스업, 사회적 서비스업 등을 육성하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 연구위원은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가장 빨리, 많이 증가하는 것이 복지수요"라며 "고령화 추세에 따라 고령자들을 위한 보건의료 및 케어서비스의 수요가 급속히 늘고 있다"며 "특히 교육 같은 영역의 사회서비스를 필요로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문자격사제도 선진화와 영리의료법인 도입방안은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정부는 상반기 중에는 이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식확인했다. 허경욱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굉장히 중요한 분야이기는 하지만 이해관계자 설득과 공감대 확산 노력이 필요하다"며 "설득의 과정을 거쳐 하반기에 발표하려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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