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해이해진 군 근무 기강
해이해질 대로 해이해진 군의 근무 기강이 극에 달했다. 천안함 침몰과 관련, 군 기강이 어쩌면 이렇게까지 해이해졌는지 되짚어보게 했다.
5일 합동조사단에 따르면 군 당국이 지난달 26일 천안함 침몰을 북한 함정의 공격으로 간주했으면서도 육군과 공군에 이 사실을 즉각 알리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합동참모본부는 육군과 공군에는 사건 발생 30분이 넘은 오후 10시쯤에야 서북도서 도발 대비 대기태세 지시를 내렸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육군은 미확인물체 추적 지원에 나설 수 없었고 공군은 오후 10시 40분이 넘어서 F16 편대에 긴급발진 명령을 내렸다.
개전 초반 5분을 강조하던 군이 30분이 넘도록 입체적인 대응을 하지 않은 것은 통상적인 대응과 매우 다른 모양새라 안보에 구멍이 뚫린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이뿐이 아니다.
근무수칙에 따르면 열영상관측장비(TOD)는 야간 근무시간대가 되면 12시간 내내 녹화상태로 켜져 있어야 한다. 하지만 국방부는 지난 1일 백령도 초소에서 근무하던 TOD 운용병이 폭발음을 듣고 난 뒤부터 녹화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 운용병이 당일 오후 9시 16분과 20분, 폭발음을 들었다고 보고 한 것에 대해서도 군은 ‘임의 표기’라 결론지었다. 폭발음을 청취한 사실은 맞지만 정확한 시간은 시계를 확인하는 대신 감에 의존해 적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물기둥과 열원의 여부 등 어뢰 및 기뢰 공격에 의한 침몰 가능성을 확인시켜 줄 영상이 없어져 사고원인 규명에 시간이 걸리게 됐다.
군이 기록하는 근무일지는 당시 상황과 적의 작전 형태를 알려줄 수 있는 기초자료인 만큼 무엇보다 정확해야 한다. 하지만 중요한 사건 기록인 시간을 이처럼 허술하게 다뤘다는 것은 우리 군의 기강해이 실태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한편 이와 관련 민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날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우리는 슬픔 속에서도 대한민국의 굳건한 안보를 위해 새로운 준비를 해나가야 한다"며 "우리 사회의 해이해진 안보 의식을 추스르고 군의 기강도 확실히 세워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군 기강 측면의 미흡한 점이 분명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이를 스스로 점검, 그에 따른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지적을 한 대목이기도 하다.
아주경제 차현정 기자 force4335@aj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