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시리즈 36] 이재용 시대와 그의 사람들

2010-03-25 12:43

지난 24일 이건희 삼성 전 회장이 삼성전자 회장으로 경영에 복귀했다. 때문에 이재용 부사장의 경영 승계 시기가 다소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언젠가 이 부사장이 삼성의 수장이 될 것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오히려 이 회장의 복귀로 이 부사장은 더욱 철저한 경영수업을 통해 미래 삼성을 이끌어갈 재목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때문에 최근 이 부사장을 측근에서 보좌할 인재들에 대한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창업주인 이병철 선대 회장과 부친인 이 회장은 비서실과 구조조정본부, 전략기획실로 이어지는 컨트롤타워에 자신의 측근들을 배치했다. 이들과의 교감을 통해 삼성은 거침없는 성장을 구가해왔다.
 
이 부사장 역시 자신의 측근 인사를 만들고, 이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삼성의 미래를 준비해야한다. 하지만 이 부사장은 선배들과는 달리 바뀐 시대상에 맞는 미래 인재를 영입해야 한다.
 
과거 압축성장기에는 일사불란한 움직임과 상명하달식의 경영이 발전에 큰 역할을 했다. 때문에 이 선대 회장과 이 회장은 관리 위주의 인사를 중용했다. 제일모직 재무팀 출신으로 대표되는 이들은 비서실 경영에 앞장섰다. 현장에서 호흡하는 엔지니어 출신들과 해외 영업 인사들은 상대적으로 소외됐다.
 
하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제품 트렌드와 경제질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이들 현장인력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실제로 이 부사장의 측근으로 부각되는 인사들은 이러한 요구에 충족하는 인사들이 대부분이다.
 
최지성 삼성전자 대표이사는 가장 눈에 띠는 이 부사장의 측근이다. 반도체·디지털미디어·정보통신 등 삼성전자의 주요 부서를 모두 섭렵했다. ‘디지털 보부상’이라 불릴 정도로 삼성전자의 해외 진출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최 사장 본인은 부담스러워하고 있지만 이 부사장의 ‘개인교사’라는 별명을 가질 정도로 친분이 두텁다.
 
윤순봉 삼성석유화학 사장도 삼성경제연구소 부소장 시절 이 전무의 중용으로 그룹 업무지원실 부사장직에 올랐다. 그룹 내 대표적인 경제통으로 향후 삼성의 큰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
 
소니와의 LCD 합작사인 S-LCD 출범부터 동고동락한 장원기 삼성전자 LCD사업부 사장은 정통 엔지니어다.
 
삼성카드 최도석 부회장은 그룹 내의 대표적인 재무통이다. 이재용 체제로의 전환에 방점을 뒀다고 평가받는 지난해 12월 정기인사에서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이밖에도 △최주현 삼성에버랜드 사장 △배호원 삼성정밀화학 사장 △장충기 삼성브랜드관리위원회 사장 △주우식 삼성증권 부사장 △이상훈 삼성전자 사업지원팀 사장 △윤주화 삼성전자 경영지원실 사장 등도 이 부사장의 측근으로 거론된다.
 
이와 관련해 삼성 측은 “이재용의 사람이라는 말 자체가 근거가 없다”며 “호사가들 사이에서의 풍문일 뿐이며 정작 이부사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임원들이 부담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들은 이 부사장보다 윗세대이기 때문에 본격적인 이재용 시대에는 현직 부장·상무급 주니어 인사들이 중용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삼성 내 일부 인사를 두고 이 부사장의 측근, 미래 삼성을 이끌어갈 인재라는 표현은 성급하다.
 
아울러 해외 경험과 인맥이 풍부한 이 부사장이 해외에서 주요 인재들을 영입할 가능성도 높다. 삼성은 이미 수년 전부터 해외에 실력을 갖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글로벌 기업으로 굳건히 자리 잡기 위해서는 내부 인사 뿐 아니라 외부 인재 수혈도 중요하다.

조직 내 핵심 인재 양성과 외부 검증된 인재 영입의 성공적 수행을 통해 이 부사장과 삼성의 미래를 이끄는 리더들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들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이끌어나가느냐는 향후 수년간 경영수업을 통해 이 부사장이 쌓아야 할 덕목이다.

아주경제 특별취재팀 eh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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