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득 4000만원 이하는 분리과세토록 하는 현행 소득세법이 오히려 저소득층의 세금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감사원은 22일 국세청, 기획재정부, 조세심판원 등 3개 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세정 신뢰도 개선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감사원에 따르면 2008년 기준 금융소득 300만~4000만원 이하인 납세자 131만여명을 대상으로 분리과세와 종합과세의 세금 부담을 비교한 결과, 91만여명(평균 종합소득 1230만원)은 종합과세를 할 때보다도 5700억원을 더 부담했다. 반면 평균종합소득이 7860만원인 40여만명은 3500억원을 덜 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저소득층일수록 종합과세가 더 유리하다는 것이다.

금융소득이 4000만원 이하인 경우 납세자가 분리과세와 종합과세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타당한데도 재정부가 분리과세를 하도록 일률적으로 정함으로써 저소득, 특히 고령자의 세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게 감사원의 지적이다.

감사원은 특히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등은 금융소득에 대해 종합과세 선택권을 부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감사원은 금융소득 분리과세 제도가 소득계층간 과세 형평성을 저해한다며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금융소득 4000만원 이하 개인들도 종합과세를 선택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현행 소득세법에 따르면 이자·배당소득 4000만원 이하는 원천징수에 의한 분리과세를 하고 4000만원 초과는 종합과세를 하도록 돼 있다.

감사원은 이와 함께 일부 지방국세청이 납세자보호위원회 및 조사국장의 승인없이 임의로 세무조사 대상기간을 늘리거나, 세무조사 결과를 늑장통보함으로써 납세자들이 억울하게 가산세를 부담토록 한 사실도 적발했다.

서울지방국세청 등 3개 지방국세청은 2007∼2008년 세무조사 업무를 처리하며 세무조사 공무원이 납세자보호위원회 등의 사전 승인 없이 조사 대상 업체 1574곳 중 1134곳의 과세기간을 임의로 확대, 조사했다.금융거래 조회∙조사시에는 조사국장의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업체 142곳에 대해서는 승인 없이, 168곳에 대해서는 승인받은 조회기간을 임의로 확대했다.

또 세무조사 결과는 7일 이내에 납세자에게 통지해야 하나 업체 6458곳 중 1299곳(20%)에는 통지기한에서 최장 397일이 경과한 뒤 결과를 알려 납세자에게 가산세 등 추가 부담을 지도록 했다.이에 감사원은 국세청장에게 이런 사실에 대한 지도∙감독 방안을 마련토록 통보했다.

아주경제 송정훈 기자 songhdd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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