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 10만원 냈더니 3만원은 보험사가 '꿀꺽'
내가 낸 보험료 중 보험사 운영을 위해 지출되는 비용(사업비)은 얼마나 될까?
보험 가입을 설득한 설계사도, 보험료를 운용하는 보험사도 정확한 금액을 알려주지 않아 가입자만 속앓이를 해왔다.
11일 아주경제가 주요 생명보험사의 보험료 산출방법서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종신보험 사업비율이 20%를 크게 웃돌았다.
40세 남성이 월납 보험료 21만~23만원의 종신보험에 가입할 경우 매월 보험사가 거둬들이는 사업비는 삼성생명이 5만8000원(25.5%) 수준이었다.
알리안츠생명은 6만원(28%), 금호생명 5만원(23%), 교보생명 4만8000원(22%) 등이었다.
보험사의 사업비는 설계사 수당으로 지급되는 신계약비와 보험계약 유지 및 관리에 소요되는 유지비, 보험료 수금을 위한 수금비 등으로 이뤄진다.
업계 평균 사업비율에 가장 근접한 교보생명의 경우 신계약비는 1년치 보험료의 97.5%다.
보통 신계약비는 가입기간 동안 납입해야 할 금액을 7년에 걸쳐 미리 거둬들인다. 유지비와 수금비는 각각 1년치 보험료의 5%와 3% 가량이다.
이를 토대로 계산하면 매월 설계사 수당으로 나가는 금액은 3만720원, 유지비는 1만880원, 수금비는 6528원이다.
최근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으면서 가입 수요가 다시 늘고 있는 변액보험의 사업비율도 상당히 높았다.
ING생명이 판매하는 '파워변액유니버셜보험'의 사업비율은 10.7%로 조사됐다. 30세 남성이 매월 50만원의 보험료를 낼 경우 사업비로 빠지는 금액은 5만3452원 수준이다.
ING생명은 기본보험료의 520%를 신계약비로 책정했다. 유지비는 기본보험료의 2.5% + 5000원, 수금비는 1.0%다.
ING생명 변액유니버셜상품의 예정사업비지수는 94.3%.
100%를 초과하는 동양 알리안츠 금호 메트라이프 녹십자 뉴욕 PCA 푸르덴셜 AIA생명 등 대부분의 중소형 생보사는 사업비 규모가 훨씬 컸다.
보험소비자연맹 관계자는 "보험사는 가입자로부터 예정사업비를 많이 거둬들이고 실제사업비를 적게 지출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챙긴다"며 "사업비 구성 방식을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해 과도하게 사업비를 떼 가는 보험사가 없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 보험계리연금실 관계자는 "영업 확대를 위해 설계사 수당을 더 주려면 사업비를 많이 걷어야 한다"며 "보험사가 이같은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표준 신계약비 제도 등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보장성보험의 경우 사업비율이 20~30% 가량 되는 보험사도 있다"며 "보험산업이 경쟁 체제로 진입했기 때문에 직접 개입하기는 어렵지만 간접 규제를 통해 사업비 적정성을 유지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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