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칼럼] 결혼은 치열한 전쟁이다.

2010-03-16 08:55

박선영(도서출판 명당 대표)

몇 해 전부터 우리나라도 한 해 결혼 한 부부들 중 절반정도가 이혼을 하는 실정이다. 미국의 이혼율이 높다고 비웃기도 했다. 평생을 같이 할 배필인지 확신하기 위해 결혼이라는 법적 절차를 거치기 이전에 아이를 낳고 동거하는 유럽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던 것이 엊그제 일이다.
이혼하는 사연도 심각한 이혼율만큼이나 다양하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궁극적인 문제는 우리 젊은이들이 결혼을 할 진정한 준비가 돼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루하루 급박하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개인이 인정받기 위해 쏟아 붓는 노력에 비하면 결혼 이전에는 무엇을 준비하고 결혼 후에는 어떻게 살지 진정한 고민이 없다. 그저 막연히 행복하게 잘 살겠다는 말로 어물쩍 넘어가려한다. 결혼은 부부라는 법적 타이틀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 두 사람은 어떤 부분도 공통점이 없다. 각자의 성별에서부터 자라온 환경·경험 등 살아온 모습이 전혀 다른 두 사람이 함께 사는 것이다.

사전에 결혼에 대한 준비가 충분치 않으니 ‘결혼하면 행복 끝 불행 시작’이라는 우스갯소리가 현실이 된다. 각자가 독립된 인격체로 있는 그대로를 인정해 주며 진정한 인생의 동반자가 되기 위해 격려하고 의지하기 보다는 내 방식이나 내 생각에 맞춰 달라고만 요구한다. 그러다보니 결혼생활은 점점 힘들고 어려워진다. 결국은 이혼이라는 결정을 내리게 된다. 적어도 우리조상들은 자식들에게 결혼 후 지녀야 할 기본자세에서부터 실질적인 생활 방식까지 철저히 교육 시켰다.

여자에게는 아내로서 지아비를 섬기는 태도와 집안 살림, 그리고 가풍을 이어갈 부덕(婦德). 남자에게는 가장으로서 가져야 될 책임감과 의무를 끊임없이 가르쳤다. 지금의 관점에서 보면 모든 것이 온당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적어도 서로를 원망하고 탓하기보다는 아내로 그리고 남편으로서 가져야 할 기준만큼은 명확했다. 지금 결혼 적령기 자식을 둔 부모들 중 자녀들의 결혼생활을 철저하게 교육시켰다고 자신 있게 말 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오히려 시집가면 하기 싫어도 해야 하니 지금 굳이 하지 말라고 하는지도 모른다. 그러면서 끊임없이 김치와 밑반찬을 자식들에게 대줘야 하는 고생을 자초하고 있다.내 딸은 사위에게 귀하게 대접 받아야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고생스러우니 장남에게 시집가면 절대 안 된다 하면서 정작 자신의 장남은 사회에서 인정받고 능력 있으며 누구보다 착한 자식이라고 심한 착각을 한다.

귀하게 만난 인연이니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야 할 의무가 있다. 내 인생은 내가 개척하고 만드는 것이지 부모나 주변에 의해서 흔들려선 안 된다. 서로가 사랑이라는 미명으로 구속해서는 안 된다.
‘내가 얼마나 사랑하는데 내 마음을 몰라주느냐’고 원망하지 말고 그 사람 자체를 인정하는데서 출발하자. 상대방에게 요구하기에 앞서 내 할 일부터 실천하자.

내가 있으니 네가 있는 것이고 네가 있음으로 인해 내가 존재함을 느끼는 순간 상대가 나에게 너무나 고맙고 소중한 사람이 될 것이다.그와 동시에 서로가 다양한 소재의 많은 대화를 통해 서로의 교집합 부분을 넓혀 나가자. 다양한 소재를 얻기 위해서는 많이 읽고·듣고·배워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내 개인이 저절로 성숙해지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부부의 돈독한 관계로 발전하게 된다.

가는 겨울이 아쉬운지 꽃샘추위가 시샘을 부리고 있지만 이미 계절은 봄이 왔음을 공항에서 느낀다.
신혼여행을 가기 위해 커플티를 맞춰 입은 신혼부부를 보며, 과연 저들은 얼마나 잘 살 준비를 하고 있는지 내 자신에게 물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