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앞두고 사정정국 칼바람

2010-03-09 08:41
청와대, 권력형 비리 등 근절 작업 착수…"친박진영 겨냥하나" 시각도

이명박 정부가 그간 비공식적으로 진행되던 청와대 민정수석실, 검찰, 경찰, 감사원 등이 참여하는 사정기관 회의를 정례화할 방침이어서 대대적 사정정국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8일 “대통령은 지방선거와 관련한 지방 토착비리와 집권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발생하게 될 권력형 비리를 철저히 근절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며 “청와대 민정수석실, 감사원 등이 참여하는 비정기적 사정기관 회의를 정례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지역 토착 비리와 관련된 인사들이 공천을 받거나 선거에 개입하는 일이 없도록 여권 전체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의중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민정수석실을 중심으로 오는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권력형 비리, 특정계파에 줄서기 등의 근절 작업에 착수했다.

민정라인 관계자는 “지난주 회의는 검찰, 감사원 등이 벌인 토착비리와 권력형비리 근절 활동에 대한 중간점검(평가)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우선 지난 5일 청와대에서 사정기관 실무책임자 비공개 회의를 열고 비리 근절 활동과 관련한 ‘중간평가’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사정기관 비공개 회의는 3개월 내지 6개월마다 비정기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회의의 주된 목적은 사정기관간 정보공유와 합동 단속, 조사 등이었다.
그러나 이번 회의에선 유례없이 청와대가 기관별 평가를 했기 때문에 향후 권력형∙토착 비리 등에 대한 사정작업에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감사원 특별조사국과 총리실 공직윤리관실은 각 부처 및 공기업 간부들을 상대로 전방위 암행감찰을 벌이고 있다.

감사원 고위관계자는 “상시적으로 암행감찰을 수행하고 있다”며 “사정기관 회의의 주된 방점이 선거를 앞두고 벌어질 토착비리, 공무원 줄서기 행태 근절이어서 이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사정당국의 행보를 두고 정치권에선 한나라당 친박(친박근혜) 진영을 타깃으로 한 사정 한파가 몰아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우세하다. 여권주류가 박근혜 전 대표 측에 줄서는 공직자 솎아내기에 나섰다는 것.

경남권 출신 친박계 중진 의원측은 “정부관계자를 통해 우리 진영을 겨냥해 대대적 사정이 예고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세종시 갈등을 겪으면서 여권주류가 우리와 함께 갈 수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경북권 한 중진 의원도 “초선의원들을 상대로 조사한다는 말도 들리는데 그러면 안된다”며 “소신을 밝히는 여당 의원을 겁주려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아주경제= 송정훈 기자 songhdd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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