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인터넷뱅킹 사고 급증…당국·업계 대응 '미진'
지난해 인터넷뱅킹 사고가 전년 대비 3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를 예방해야 할 금융당국과 금융회사들은 고객의 보안 인식 강화만 요구하는 등 안이한 대응으로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7일 금융감독원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인터넷뱅킹 사고 발생 건수는 총 23건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피해액도 3억4200만원에 달해 사상 최대를 나타냈다.
이는 전년의 8건, 1억5500만원에 비해 3배 가량 증가한 것으로, 지난 2006년부터 2008년까지 3년 동안의 22건, 3억3300만원보다도 많다.
지난해 인터넷뱅킹 사고가 크게 늘어난 것은 국내 인터넷뱅킹 사용자가 급증한 데다, 금융권 보안시스템의 허점을 노린 중국 해커들의 공략이 집중된 탓이다.
중국 해커들은 네이버나 다음 등 회원이 많은 포털사이트에서 유효한 계정을 해킹한 뒤 이들 메일 계정을 조사해 보안카드와 계좌번호 등을 확보하는 식으로 보안망을 무력화하고 있다.
피해가 커지고 있지만 금감원과 금융회사들은 수수방관하고 있다.
인터넷뱅킹 사고로 발생한 피해액은 전적으로 고객이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거액의 예산이 필요한 보안시스템 강화에 무관심한 모습이다.
금융권이 그동안 진행한 인터넷뱅킹 보안 강화 대책은 '전자금융사고 대응반' 출범 외에는 전무한 실정이다.
대응반은 금감원과 각 금융협회, 금융회사 등 230여개 금융기관들이 인터넷뱅킹 사고 예방대책 마련을 위해 설립했지만 지난해 고객들을 대상으로 보안 인식 강화 캠페인을 벌인 것이 고작이다.
전문가들은 해커의 접근을 막을 수 있는 보안망 구축과 보안 인력 양성 등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금융권 전산보안 관계자는 "앞으로 중국은 물론 다른 국가로부터의 인터넷뱅킹 해킹 시도는 증가할 가능성이 크며 스마트폰 등 새로운 분야에 대한 공략도 증가할 것"이라며 "해커들의 시도 자체를 막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보안망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인터넷뱅킹 보안에 대한 개인 고객들의 인식도 높여야 하지만 보안 전문 인력 양성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금융회사들에 보안 관련 예산을 늘리도록 권고하는 등 제도적 보완에 나설 방침이다.
채재환 금감원 IT기획팀 부국장은 "인터넷뱅킹 사고를 막기 위해 보안시스템 강화, 방화벽 강화, 전문정보보호 책임자(CISO) 도입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2.5% 수준에 불과한 보안 관련 예산을 5%로 높이도록 권고할 계획"이라며 "연내 2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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