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재건축은 '춘래(春萊)' 재개발은 '불사춘(不似春)

2010-03-05 07:59

서울지역 재개발 재건축 시장의 희비가 극명히 갈리고 있다.

안전진단을 통과한 은마아파트가 중층 아파트의 재건축 전성시대를 알리는 신호탄이다. 강남을 중심으로 한 재건축 시장은 여기에 용적률 상향과 가구수 제한 완화, 한강변 아파트 초고층화 추진 등으로 겹호재에 쾌재를 부르고 있다. 반면 강북을 중심으로 한 재개발은 울상이다. 뉴타운 등 서울지역 내 상당수의 재개발사업은 각종 소송에 얽히면서 사업중단이 속출한다.

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은마아파트 안전진단 통과가 결정되자 잠실5단지, 잠실 진주아파트, 압구정 신현대아파트 등 중층 재건축 단지들이 잔뜩 고무된 분위기다. 은마아파트 재건축 사업을 계기로 이들 단지의 재건축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특히 서울 서초구 반포ㆍ잠원동 일대 등의 중층 아파트 단지는 서울시의 '한강 공공성 회복' 추진과 재건축 때 가구 수 제한 완화 등의 호재까지 겹치면서 개선된 제도에 따라 용적률 상향 등 설계 변경이 잇따르고 있고 주민 동의도 빠르게 늘고 있다.

압구정 신현대 아파트의 경우 내달 중 추진위가 결성될 것으로 보이며 잠실5단지는 내달 안전진단 통과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어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반면 서울지역 뉴타운 등 재개발 사업지구 600여 곳 가운데 각종 송사에 휘말리면서 사업이 지연되는 곳은 현재 50여 곳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중 사업이 전면 중단된 구역은 20여 곳 정도다.

지난달 서울 행정법원으로 부터 조합설립인가 취소 판결은 받은 왕십리1구역. 이 곳은 설계비ㆍ건축비 등이 기재되지 않은 '백지동의서'를 받았다가 사업이 중단됐다. 이 밖에도 동작구 흑석6구역, 중구 신당7구역 등지에서도 조합설립 무효소송이 진행 중이다.

상황이 악화일로로 치달으면서 각 자치구들은 서울시에 "현행 도정법 상으로는 재개발 사업 추진에 물의가 있으니 동의서를 받는 절차에 대한 수정이 필요하다"고 주문하고 있다. 재개발 사업의 경우 종전가액(감정가)를 판단하기 어려운 데다 주민 동의서에 정확한 사업비를 기재할 수 없고, 또 차액이 생길 경우 조합원들의 반발이 심화될 소지가 높기 때문이다.

성동구 관계자는 "서울시와 국토부가 재개발 사업비 산정 시기를 조절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산정 시기가 조절되면 백지동의서로 인해 사업이 전면 중단되거나 사업비 증가로 조합원들이 반발하는 경우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는 재건축사업에 대해 그다지 낙관적이지 않다. 조합설립, 시공사 선정 등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것이다. 여기에 한강변 초고층 재건축의 경우 서울시가 구체적인 계획수립안을 내놓기 이전엔 개별 재건축이 사실상 어려운 상태여서 당분간은 답보 상태에 머물 수밖에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서울시가 당초 발표키로 했던 한강변 초고층 재건축 사업에 대한 용역 결과가 연말에 공개될 것으로 보이면서 추진위가 구성된다고 하더라도 사업 가시화에는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또 은마아파트의 경우에도 앞으로 거쳐야 할 난관이 많아 당장 사업을 낙관하기 이르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권영은 기자 kye30901@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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