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고개드는 ‘더블딥’ 논란
'더블 딥(경기회복후 재침체)'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PIIGS(포르투갈ㆍ이탈리아ㆍ아일랜드ㆍ그리스ㆍ스페인)' 국가의 재정위기 문제가 도미노식으로 이어지면서 글로벌 경기회복 기운이 꺾일 수도 있다는 우려가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국내에서도 빠른 속도로 늘고 있는 공기업 부채 등을 의식, 상반기까지 확장적 재정정책을 마무리하겠다는 뜻은 갈수록 분명해 지고 있다. 그러나 기대만큼 민간 부문에서 뒷받침하지 못할 경우 재정건전성 관리가 오히려 경기회복 기운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각계가 더블딥 가능성을 놓고 연일 공방을 벌이는 가운데 정부가 공기업 부채관리 기준 제정을 추진하는 등 재정건전성 관리에 발빠르게 나서고 있다.
윤증현 재정부 장관은 이날 '납세자의 날' 치사를 통해 "그간 적극적 재정정책으로 국가부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앞으로 정부는 남유럽의 PIIGS 국가들로 대변되는 재정위기 상황을 반면교사로 삼아 재정건전성을 높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해다.
주목되는 것은 정부가 그동안 재정정책에서 사용해 온 '확장적'이라는 용어를 '적극적 재정정책'으로 바꿔 사용한 것. 정부가 재정건전성 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뜻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와관련, 노대래 재정부 차관보는 "경기가 침체돼 온 국면에서 사용해 온 '확장적' 재정정책 이라는 표현이 경기회복 국면에서 적절한 지 여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면서도 "'적극적'이라는 표현과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남유럽발 재정위기처럼 돌발 변수가 상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호주 등 글로벌 출구전략(유동성 회수정책) 움직임과 맞물릴 경우 더블딥 발생 가능성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이런 가운데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주최한 한 국제회의에서 IMF(국제통화기금) 수석 이코노미스트 등 전문가들이 '글로벌 불균형'을 놓고 벌이는 'G2(미국ㆍ중국)'간 신경전이 터지면 경기가 다시 주저 앉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올리버 블랜차드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글로벌 불균형의 해소가 지속되지 못하면 세계 경제 회복세가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IMF는 지난 1월 올해 세계 성장률 전망을 기존 3.1%에서 3.9%로 상향 조정하는 등 경기흐름이 지속될 것이라 예상하고 있음에도 미국 등 선진국 경기회복 둔화리스크에 대해서도 우려를 보이고 있다. 주요 국가들의 경기회복이 지연되면 대외 의존성이 강한 우리 경제는 직접적 파급을 받는다.
백승관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의 경기 회복도는 대외의존적이라 내수회복이 쉽지는 않을 것 "이라며 "미국 그 밖의 주요국들의 경기 회복이 더디다면 우리 경기회복도 더딜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IMF 전문가들이 국내 재정건전성 문제와 함께 한국은행의 독립성 강화를 외치고 나선 것도 정부로서는 부담이다. 기준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는 한은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필헌 한국경제연구원(KERI) 연구위원은 "중국은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 보고 출구전략을 본격화했듯 미국도 올(해) 하반기 정도에 출구전략 얘기가 나올 것"이라며 "회복속도가 빠르지는 않겠지만 더블 딥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김선환ㆍ권영은 기자 sh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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