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영의 도란도란] 미분양주택 '백조' 만들기
미운 오리새끼로 전락한 미분양 주택, 올해는 과연 백조로 변신할 수 있을까.
한 때 천덕꾸러기로 취급을 받던 작고 못생긴 오리가 커서 보니 백조였더라는 이솝 이야기. 세상만사 새옹지마(塞翁得失)라고 동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들이 가끔은 현실이 되기도 한다.
한국사회에서 부의 상징으로 손꼽히는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는 미운 오리새끼가 백조로 변신한 대표적 사례다.
타워팰리스1차가 처음 분양시장에 나온 것은 지난 1999년 6월. 당시 외환위기 여파로 공포에 떨고 있는 상황에서 고가의 주상복합아파트는 사람들의 외면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타워팰리스는 분양가가 당시로선 파격적으로 비싼 3.3㎡당 1000만원이었다.
시공사였던 삼성물산은 타워팰리스 미분양으로 골머리를 썩어야 했고, 결국 그룹 내 고위 임원들에게 분양을 떠넘기고 있다는 소문까지 퍼지면서 시장에 안 좋은 이미지만 남겼다. 삼성에게는 애물단지와도 같았다.
하지만 4년 뒤 상황은 달라졌다. 타워팰리스는 2003년 3.3㎡당 2000만원을 넘어서더니 10년이 지난 현재는 4000만원을 돌파했다. 미운 오리새끼였던 미분양주택은 지금 강남아파트의 지존의 대열에 우뚝 섰다.
최근 타워팰리스와 함께 최고의 부자 아파트로 손꼽히는 삼성동 아이파크, 목동 하이페리온 등도 같은 경우다.
최근 미분양주택이 12만 가구를 넘어서고 있어 정부와 건설사들의 속앓이가 이만저만 아니다. 이는 평균 미분양 4~5만 가구보다 훨씬 웃도는 규모다. 건설사들은 현재 주택건설경기의 어려움을 반영하는 결과라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정부도 미분양주택에 대한 세제지원을 연장하거나 재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건설사들의 하소연에 정부가 어느 정도 화답한 모양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 "지난 11일로 만료된 미분양주택에 대한 양도세 감면 혜택을 재도입하는 문제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6월30일 만료되는 미분양주택 취ㆍ등록세 50% 감면제도 연장에 대해서도 "행정안전부와 협의를 진행해보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양도세 감면 특례를 재도입하더라도 예전과 달리 신규분양 주택은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 윤 장관은 "지난 1년간 양도세 감면제도 시행으로 혜택을 본 주택이 30만호인데, 이 중 26만호는 신규 분양이고, 기존 미분양은 4만호밖에 되지 않는다"며 신규분양 주택까지 포함할 의지가 없음을 내비쳤다.
건설사 입장에서도 정부만 믿고 가만히 앉아 있을 수는 없다. 현대건설이 2001년 미분양이던 목동 하이페리온 가격을 낮춰 계약률을 올렸듯, 분양가를 더 인하하고 계약조건을 완화해 구매자들의 관심을 끌어야 한다.
결국 올해 부동산의 관심은 미분양주택에 쏠릴 수 있다는 얘기다. 생산자인 건설사들도 미분양주택 소진에 주력할 가능성이 높고, 수요자 입장에서도 세제지원 등이 많은 미분양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10년 전 미운 오리새끼였던 타워팰리스가 지금 백조로 변신했듯, 잘 고른 미분양주택이 백조가 될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 모두가 노력할 때다.
아주경제= 정수영 기자 jsy@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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