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역 곳곳의 조합원 간의 내분이 심화하면서 재개발ㆍ재건축 사업이 제동이 걸리고 있다.

조합과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간 이권다툼으로 인한 소송 난립, 백지동의서로 인한 법원의 무효 판결 등으로 사업이 지연되거나 전면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탓이다. 사업 지연에 따른 피해 규모도 점차 커지고 있다. 조합설립인가가 무효 판결된 경우, 조합설립인가 이후 절차가 모두 무효가 되기 때문에 시공사가 재선정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8일 서울시와 조합 등에 따르면 서울지역에서  재개발ㆍ재건축 사업장에서 조합원과 비대위 간 송사를 겪으면서 사업이 중단된 구역은 적어도 20여 곳 정도로 추정되며 크고 작은 문제로 사업이 지연되는 곳까지 더할 경우엔 그 수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지난달 서울 행정법원으로 부터 조합설립인가 취소 판결은 받은 왕십리1구역. 이 곳은 설계비ㆍ건축비 등이 기재되지 않은 '백지동의서'를 받았다가 사업이 중단됐다. 조합 측은 당초 4월로 예정됐던 분양을 강행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성동구청 측은 "결정된 것이 없으며 항소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강서구 긴등마을주택 재건축 △동작구 흑석6구역 △중구 신당7구역 등지에서도 조합설립 무효소송이 진행 중이다.

답십리16구역에서는 관리처분인가 무효소송이 진행 중이다. 법원은 관리처분인가 무효를 주장한 일부 조합원들에게 패소 처분을 내렸지만 이들이 항소를 제기하면서 사업 재개는 당분간 안갯속이다.

이 곳은 현재 이주가 90% 이상 이뤄졌으며 철거 또한 3% 정도 진행된 상황이다. 동대문구 관계자는 "조합설립 단계에서 분담금 내역이 기재되지 않아 일부 조합원이 무효소송을 진행하고 있다"며 "당분간 사업 재개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리에 연루된 조합장이 자진 사퇴했지만 새로운 조합장 선출을 놓고 내홍을 겪는 곳도 있다. 아현3구역은 지난해 11월 16일 구청에 착공신고를 마치고 사흘 뒤 착공식까지 마친 상황이지만 첫 삽을 뜨지 못하고 있다.

한 조합원은 "비리에 연루됐던 집행부 교체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집행부가 절차를 무시하고 새 조합장을 보궐선거 형식으로 선출, 조합원들에게 통보한 상황"이라며 "마포구청에서도 수차례 행정지도를 가하고 변경인가도 받아주지 않아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하루빨리 새로운 집행부가 꾸려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건축 사업장의 사업 지연도 계속되고 있다. 강남구 삼성동 상아2차 재건축 사업은 정밀안전진단 상태에서 비대위의 반발로 인해 진전이 없으며, 서초구 반포동 한양아파트 재건축도 절차상 문제로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또 단일 단지 규모로는 전국 최대인 송파구 가락시영아파트 1,2차 재건축 사업 또한 "재건축 사업승인을 취소하라"는 서울고법의 항소심 판결 이후 사업이 전면 중단됐다.

아주경제= 권영은 기자 kye30901@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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