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소기업 애로해소책 ‘봇물’, 실효는?

2010-01-29 09:42
해마다 지원책 발표..기업에서는 체감못해 경제전문가들, "혜택 못받는 곳 역차별에도 각별히 유념"

정부가 연초 잇따라 꺼내 든 기업 애로 해소방안의 실효성이 의심받고 있다.

해마다 민간투자를 끌어내기 위한 기업활동 진작책이 나왔지만 구호만 요란했을 뿐 정작 기업들에게는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지적이다.

28일 정부와 학계, 민간 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정부가 최근 '기업환경개선대책' '신성장동력 투자 활성화 방안' 등에서 세제, 금융지원등 각종 기업투자 인센티브를 내놓은 가운데 실제 투자로 연결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내년부터 국내 기업회계기준이 국제회계기준(상장사 및 금융사), 일반회계기준(비상장사)으로 이원화된다. 정부는 이에따른 세부담 증가분을 줄여주기 위해 상장사와 비상장 기업간 과세불형평 방지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내년 1월부터는 관세유예제도(원재료 수입시 관세 납부를 제조·수출시까지 유예) 도입도 추진된다. 관세 환급 절차 간소화를 통해 수출기업 세부담이 3500억원 정도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성실업체에 대해서는 내년부터 기간별 '단일신고제' 도입 등을 통해 통관절차를 줄여줄 계획이다.

정부는 또 내년 상반기까지 고용을 늘린 중소기업에 세액공제혜택을 부활하고 기존 고용 유지시 적용되는 과세특례조항도 일몰기한 연장방안 등 일자리 창출 기업에 파격적인 혜택을 부여한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이처럼 대·중소기업을 막론하고 파격적인 혜택을 공언하고 있지만 기업을 책임진 최고경영자들은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부터 불어닥친 금융위기 한파속에서 지속가능한 기업경영에 의구심을 표하는 이도 적지 않다.

경기 군포 등에서 LCD용 백라이트 유닛을 생산·판매하는 한 중견기업 CEO는 "정부가 매년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중소기업 문을 두드리는 연구원들이 단 한명도 없었다"면서 고충을 토로했다. 국내와 중국에서 생산라인을 갖춘 이 기업은 그나마 상황은 나은 편이다.

이 CEO는 "기업이 일정 정도 매출에 도달하면 제2의 도약을 하기까지는 엄청난 고통이 따른다"면서 정부의 각별한 관심을 주문했다.

지식경제부가 지난 27일 신재생에너지 부문 등 중점 육성키로 한 17개 신성장동력 업종과 품목에 대한 세제 및 금융지원책도 기업들에게는 '그림의 떡'이 될 수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산업분류표라는 게 업종으로 나눠져 있기는 하지만 가장 자세한 단위로 내려간다 하더라도 분류하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지경부는 작년 5월에 이미 대표적인 62개 품목의 핵심기술 등의 연구개발(R&D) 기술전략지도를 만들었다. 다만 10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자료여서 원하는 기업에 골고루 나눠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학계 등 전문가들은 신성장 동력 육성에는 적극 찬성하면서도 실제 투자로 연결될 지 여부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하는 모습이다.

박용규 삼성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정부의 지원은 시드머니라고 생각하면 된다"며 "세금감면이나 기타 정부 지원 인센티브는 기업의 수익과 직결되므로 민간투자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정부가 특정사업을 위한 인센티브에 집중해 다른 민간부문의 투자의지를 꺾어서는 안된다고 세심한 관심을 주문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신성장 동력의 구체적인 특정사업이 아닌 산업 일반에서 사용가능할 수 있는 원천기술 개발에 중점하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김선환,김선국 기자 sh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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