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민영화 쉽지 않을 것

2010-01-19 15:52

산업은행이 태국 시암시티은행(SCIB)과 금호생명을 인수하는 등 민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태국 정치경제 상황과 금호생명 정상화 과정 등을 고려하면 쉽지 않을 전망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7일 민유성 산업은행장은 태국을 방문해 직접 금융당국과 SCIB인수 문제를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산 150억 달러 규모의 SCIB는 1941년 설립된 태국 7위권 상업은행이다. 현재 태국 중앙은행이 47%의 지분을 가지고 있으며, 조만간 우선인수협상대상자를 선정할 방침이다.

만약 산업은행이 SCIB를 인수하게 된다면 우리나라 은행이 동남아시아 해외 현지 은행을 인수하는 첫 사례가 된다. 실제로 민유성 행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SC제일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의 사례를 언급하면서 해외 은행 인수에 욕심을 낸 바 있다.

하지만 태국의 불안한 정치상황과 금융환경이 인수의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이재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태국은 전직 총리와 현직 총리의 갈등으로 정치상황이 매우 불안한 상태"라며 "글로벌 경기침체 이후 경제회복 속도도 캄보디아 등 주변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느리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태국에는 총 14개의 은행이 있는데 SCIB는 방콕은행, 꾸릉타이은행, 시암 커머셜 뱅크, 까시콘 뱅크, 뱅크 오브 아유타야, TNB뱅크에 이어 7위 정도의 은행"이라며 "시장지배력(MS)도 5%밖에 안돼 산업은행이 수익을 노리는 차원보다는 처음으로 해외에 진출한다는 상징성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산업은행이 국민연금과 사모투자펀드(PEF)를 구성해 인수하려는 금호생명의 경우도 인수합병에는 큰 무리가 없지만 인수 후 정상화 과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전용식 우리금융연구소 연구원은 "금호생명의 지급여력비율이 낮다는 점 등 영업력이 떨어지고 조직 개편으로 인원도 대폭 감소했다"며 "산업은행은 비은행 쪽에 진출하기 위해 금호생명 인수를 선언했지만 인수 이후 정상화하는데 부담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지주사법 개정안이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김현종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원은 "현재 공정거래법상 일반 지주회사(제조업)은 현재 금융계열사를 가질 수 없게 돼 있다"며 "금호생명의 경우 유예기간이 남았지만 산은 인수와 관련, 정책적인 뒷받침도 함께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주경제= 이미호 기자 mihole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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