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원 '역습', KB사태 어디로?
강정원 KB금융지주 회장대행 겸 국민은행장이 회장 선임 불참가 선언과 함께 대대적인 인사를 단행하면서 KB사태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강 대행은 8일 국민은행 부서장과 KB금융 임원급 인사를 단행하면서 친정체제를 공고히 했다. 회장 자리는 내놨지만 회장대행과 행장직을 최대한 활용한 것이다.
그는 이날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향후 KB금융지주 회장 인선 작업에 절대로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입장문은 김중회 사장에 대한 해임 보도 이후 일각에서 불거진 황영기 전 회장 라인에 대한 '보복성 인사'라는 지적이 일자 공개됐다.
강 대행은 당국과의 갈등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그는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 직을 사퇴한 것은 공정성 시비 등 불필요할 오해의 소지가 있었기 때문"이라면서 "시중에서 회자되는 금융당국의 어떠한 압력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인사와 관련 "금융당국과 KB 혹은 저에 대해 대립각이 있는 것처럼 표현하는 것이나 특정인에 대해 보복성 인사를 언급하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덧붙였다.
강 대행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번 인사에 대해서는 그룹 최대 계열사인 국민은행과 본인이 회장대행을 맡고 있는 KB금융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는 평가가 힘을 얻고 있다.
강 대행은 먼저 은행 부행장과 지주 부사장 겸직을 없애고 전략 재무담당을 비롯한 부행장 5명을 선임했다.
또 국민은행 신탁연금그룹을 신설해 부행장을 13명으로 1명 늘렸다. 이번 개편으로 국민은행은 기존 12그룹 17본부 66부 2실 체제에서 13그룹 20본부 66부 2실 체제로 바뀐다.
지주의 최인규 부사장과 신현갑 부사장은 은행 임원 자리를 내놨고 원효성 신용카드 부문 부행장은 경질됐다.
강 대행이 신년사에서 밝혔듯 녹색사업에 대한 비중도 높아졌다. 녹색금융사업단은 녹색경영 및 저탄소 녹색성장산업 관련 신사업 추진을 전담하는 본부급 조직으로 커졌다.
KB금융에서는 김중회 사장 해임과 함께 이민호 전 국민은행 상입법률고문을 준법감시인 직무대행 겸 준법지원부장에 임명하고 김영윤 홍보부장을 상무로 승진시켰다.
강 대행은 회장대행과 국민은행장이라는 지위를 십분 활용해 대대적인 인사를 단행했다. 회장 내정자직 사임 이후 일각에서 제기된 행장 사임론을 잠재우고 건재함을 과시한 셈이다.
앞으로 회장 인선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혀 당국과의 불편한 관계를 지속할 뜻이 없다는 점도 시사했다.
그러나 논란의 여지는 끝나지 않았다. 금감원 출신으로 황영기 전 회장의 실세였던 김중회 사장을 경질한 것은 황 전 회장의 그림자를 없애는 동시에 당국과의 불편한 관계를 조직 내에서 떨구려는 행보로 보인다.
김 사장은 KB금융 사외이사제에 대한 문제를 계속해서 지적해왔다. KB금융 사람이지만 사외이사제에 대해서는 당국과 입장을 같이 해온 셈이다.
김 사장에 대한 해임은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자존심이 상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번 달 국민은행에 대한 종합검사를 통해 당국이 다시 강도 높은 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높다.
일단 금융당국은 이번 KB금융의 인사에 대해 큰 관심이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KB금융의 사외이사제도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던 것이지 인사에 개입할 뜻은 처음부터 없었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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