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폭설..한파… 지구 기상이변과 영화 투모로우
# 기후학자인 잭 홀박사는 남극에서 빙하 코어를 탐사하던 중 지구에 이상변화가 일어날 것을 감지한다. 홀은 국제회의에서 이를 근거로 지구의 기온 하락에 관한 연구발표를 하게 된다. 그는 급격한 지구 온난화로 인해 남극, 북극의 빙하가 녹고 바닷물이 차가워지면서 해류의 흐름이 바뀌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즉, 지구 전체가 빙하로 뒤덮이는 거대한 재앙이 올 것이라고 경고한다. 처음에는 대부분 학자들이 이를 믿지 않았다. 그러나 곧 미국 주요 도시들이 통째로 눈에 사고 갇히는 등 초유의 기상 대재앙에 휘말리게 된다….
2004년 출시돼 세계인들에게 충격을 안긴 영화 <투모로우>의 장면이다.
새해들어 혹한과 폭설이 한반도는 물론 북미, 유럽 전역을 강타하면서 투모로우와 같은 지구 환경재앙이 가까운 시일 안에 현실화하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한반도의 경우 4일 100년만의 폭설에 이어 5일에도 전국 각지에 대설이 쏟아졌다. 이달 중에도 2~3차례의 추가 폭설이 예고되고 있는 상황이다. ‘3일 추우면 4일 따뜻하다’는 한반도의 전통적인 삼한사온(三寒四溫) 현상은 지난해말부터 실종된 채 혹한은 게릴라처럼 수시로 엄습하고 있다.
기상 전문가들은 최근의 세계 기상이변이 지난해 11월부터 시베리아에 내린 대폭설 때문이라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눈이 햇빛을 반사하면서 태양열을 흡수하지 못한 시베리아가 일찍 추워졌다는 것이다.
대륙이 차가워지면서 그 대륙에 붙어 있는 하층의 공기가 따라서 냉각돼 시베리아의 고기압이 강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다 북극의 한파를 가둬두는 역할을 하던 북극 대기 상층의 댐(극제트 기류) 곳곳이 붕괴되면서 냉기류가 동아시아, 유럽, 북미 지역으로 쏟아지면서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북극한파는 북극을 둘러싸고 회전하는 강한 편서풍, 극제트 기류에 갇혀 좀처럼 내려오지 못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그러나 최근 극제트 기류 곳곳이 뚫리면서 마치 둑이 터지듯 한파가 쏟아진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 같은 기상이변이 올 한해에 그칠 것이냐, 아니면 앞으로 매년 되풀이 될 것이냐 하는 것이다.
북극 대기 상층의 냉기류댐 붕괴가 일시적 현상에 그친다면 지구는 예년의 겨울 패턴을 되찾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기류댐 붕괴가 지구온난화와 관련이 깊은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이 가설이 맞다면 앞으로 해마다 올해와 같은 한파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결국 영화 투모로우 정도는 아니더라도 해마다 유례없는 한파와 폭설 속에 겨울을 맞아야 하는 상황이 되풀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오늘날 인류의 과학기술 수준으로 북극 극제트 기류 흐름을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결국 지구의 기능 복원력에 인류의 운명을 맡길 수 밖에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아주경제= 김선국 기자 uses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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