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정의 미래탐험)가상 세계와 접속하는 시대
지난 연말부터 전 세계 극장가에 ‘아바타(Avarta)’ 충격이 전해지고 있다. ‘관객들은 3-D안경을 쓴 채 넋을 잃은 듯 영화에 집중하였으며, 영화가 끝난 후 감탄과 함께 한동안 자리를 뜨지 않는다’는 뉴욕타임즈의 관전평(http://www.nytimes.com/2010/01/03/movies/03dargis.html)이 아니더라도 이 디지털 3-D 영화는 오늘 날 컴퓨터 기술이 어떻게 발전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동시에 앞으로 세상의 관심이 어떻게 변해갈 지 짐작하게 해 준다.
제임스 카메론의 영화 '아바타'의 한 장면 |
3차원 가상세계는 인터넷 게임에서부터 발달하여 다양한 인터넷 사이트들로 발전해 왔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세컨드 라이프’(www.secondlife.com), ‘액티브 월드’(www.activeworlds.com),‘카네바’(www.kaneva.com),‘스몰월드’(www.smallworlds.com) 등이 있다. 이제 누구나 맘만 먹으면 인터넷을 통해 가상세계의 실체를 즐길 수 있다. 가상세계란, 말 그대로 실존하지 않는 환상의 세계다.
그러나 이젠 그 실존하지도 않는 환상의 세계에서 현실과 같은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곳에 몰입하는 것이다. 가상세계에서는 현실세계와 같이 신체적 조건이나 경제적 조건 그리고 지식수준을 요구하지 않는다. 누구나 자신을 재설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운동신경이 무딘 사람도 세계적인 운동선수로 활동할 수 있고, 학벌이 없더라도 나름대로 고명한 학자 역할을 할 수가 있으며, 자신이 현실세계에서 이루고자 했던 꿈을 실현할 수가 있는 것이다.
‘아바타’ 영화 속에서는 해병대 퇴역 상이군인이 가상세계에서 최고의 전사로 대 활약하는 과정을 다양하게 묘사하고 있다. 이 영화에서는 ‘접속’이라는 개념이 중요하게 다뤄진다. 주인공이 가상세계에 들어가기 위해선 수면 캡슐에 들어가서 잠을 자야만 한다. 그리고 영화 속에 나오는 ‘익룡’이나 ‘야생마’를 타려면 머리카락 더미를, 마치 컴퓨터에 USB를 꽂듯이, 이들 동물의 접속장치에 꽂아야만 한다. 가상세계 인간들이 그들의 신과 접속할 때도 마치 신경망 세포의 뉴런 접속과 같은 방식으로 접속을 시도하는 걸 보여준다.
실제로 현실세계에서도 가상세계를 경험하려면 컴퓨터에 접속해야만 한다. 전원을 켜고 가상세계 사이트에 로그인을 해야만 한다. 로그인되는 순간 현실세계와는 또 다른 가상세계의 인물로 자신이 변해 있음을 경험하게 된다. 가상세계에서의 자신은 현실세계의 자신과 전혀 무관해질 수도 있다.
가상세계엔 이미 많은 스타들이 탄생해 있다. 자신과 모습이 닮은 아바타를 가상세계에 탄생시키고 가상세계의 상점에서 파는 멋진 옷들로 아바타를 치장할 수 있고 뽐낼 수도 있다. 가상세계엔 이미 상거래가 활발하다. 다양한 회원활동이나 채팅, 나아가서는 토론과 회의도 가능하다. 모임에 따라 자신의 모습(캐릭터)을 바꿔줄 수도 있다. 현실세계와 마찬가지로 가상세계에서도 어떤 인격이냐에 따라 행동양식이 달라진다. 함께 지식을 교류하기도 하고 사랑을 나누기도 한다. 심리적으로 보면 가상세계에선 현실세계에서 하기 꺼려하거나 쑥스러운 일들도 편안하게 저지를 수가 있다. 말하자면 좀 과장된 표현을 사용하면서 상대방과 친교 할 수가 있다. 따라서 현실세계에서 보다 과감해지고 자신을 여과없이 표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을 수 있다.
아바타 공장에서 자신과 닮은 아바타를 생성 |
최근엔 많은 기업들이 가상세계에 광고판을 내세우고 상품을 소개하곤 한다. 일례로 애플 사는 가상세계 상점에 최신 상품들을 진열하고 상품들을 경험하도록 해 준다. 이런 가상세계를 통한 상품 홍보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뛰어 넘는 방법으로 인식된다. 소비자의 반응과 의견을 수집하여 현실세계의 제품개발에 곧 바로 반영시킬 수 있다. 또, 썬마이크로시스템스는 세컨드라이프에 가상 섬을 만들고 직원들이 이곳에 방문하여 의견을 나누고 제품개발을 협력하도록 하고 있다.
가상세계의 활동 중 특히 주목되는 것은 경제활동이다. 가상세계의 백화점에 진열된 상품들은 아바타들이 가상세계에서 사용할 상품들뿐만 아니라 현실세계에서 판매되는 상품들의 상세한 제품홍보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터넷 쇼핑몰에서 2차원적으로 나열되어 판매되던 상품들도 앞으로는 3차원 공간에서 체험을 통해 상품구매가 가능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상세계에서 결재하고 구매한 상품들이 현실세계에서 배달이 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가상 현실 쇼핑몰에서 옷을 고르고 있는 모습
명망 있는 가상세계에 백화점을 설치하고 쇼핑몰을 운영하게 되는 때가 올 지도 모르겠다. 가상공간의 입체상점에선 아바타가 상점의 아바타 점원과 대화를 통해 실제 현실세계에서 물품을 구매하는 것과 비슷한 경험을 맛볼 수가 있다. 물품 가격을 흥정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미래에선 인터넷 공간이 현실세계를 보완하는 가상세계로서 그 중요성이 더욱 커져만 가게 될 것이다. 현실세계에서 길목 좋은 도시 중심가에 건물을 짓고 상점을 개설하고 상품거래활동을 하지만 인터넷 가상공간에선 방문자 수가 많은 사이트에 가상공간을 선점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질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인터넷 사이트들이 평면적이었다면 앞으로는 3차원 가상공간을 제공하는 인터넷 사이트들이 각광을 받게 될 것이다. 회원으로 가입하고 로그온 하는 순간 그 가상세계의 일원이 되어 자신의 아바타를 통해 그 가상공간이 제공하는 다양한 서비스와 비즈니스를 즐기게 되는 시대가 될 것이다.
아이폰을 필두로 통신시장을 강타한 스마트폰은 이제 인터넷 가상공간과 접속하는 필수장비로 변해 갈 것이며 항상 휴대한다는 의미에서 기존의 데스크톱에서의 가상공간 접속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제 누구나 가상공간에 로그인 되어 있는 상태에서 움직이는 시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현실세계의 경제 활동이 실물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면 앞으로의 세상은 가상공간에서의 경제 활동 규모가 급속히 팽창되는 시대에 살게 될 것이다. 부의 중심이 현실세계에서 가상세계로 점차 옮겨가게 될 것을 예측할 수 있다. 이젠 도시 한복판의 부동산 투자가치보다 가상공간의 트래픽 중심지역에 거점을 마련하는 것이 투자효과를 크게 기대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