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증시 이끌 업종은
매년 그해를 달구는 주도 업종이 있다.
2007년 호황기 땐 조선, 기계를 비롯한 중공업 테마가 국내 증시를 견인했고, 2008년 하락장 때는 음식료 및 제약업종이 주도주였다.
작년 반등장엔 정보기술(IT), 자동차, 녹색산업이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다. 지금 시장에선 올 한해 증시를 이끌 테마가 무엇이 될지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 역시 ITㆍ자동차가 대세
증권사 전망을 종합해보면 작년 증시를 견인했던 IT, 자동차주의 강세는 올해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IT산업은 메모리와 디스플레이(LCD) 산업을 중심으로 호황이 예상된다.
특히 2009년 초 공급 감소로 시작된 디램 산업의 회복은 2010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상반기 메모리 가격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면서 IT분야 중 메모리 산업이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2010년 메모리산업의 예상영업이익은 8조7000억원으로 전년 2조5000억원보다 큰 폭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LCD와 휴대폰 산업도 경기회복에 따른 LCD TV 및 PC 매출 증가에 따른 패널 수요가 촉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도 2009년 이뤄낸 한국자동차의 글로벌 위상변화 및 점유율 확대 등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며 2010년 초 강한 주가차별화 국면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증권가는 삼성전자와 LG전자, 현대·기아차 등 2009년 선전한 종목들을 최선호주로 꼽았다.
오현선 삼성증권 투자정보파트장은 "지난해 국내 IT, 자동차기업의 경쟁력이 강화되면서 시장지배력 역시 확대되고 있다"며 "이익 전망치가 계속 호전되고 있을 뿐 아니라 외국인 역시 이들 업종을 매수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올해 역시 IT와 자동차가 주도주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녹색성장주 올해도 ‘맑음’
작년 코스닥 시장 최대 이슈였던 녹색성장주는 올해에도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증권은 ‘2010년을 이끌 신 테마열전’이란 보고서를 통해 전기자전거주를 내년 유망 테마로 꼽았다.
장준호 현대증권 연구원은 "각국의 탄소저감 노력의 일환으로 유럽 및 일본, 중국 등에서 전기자전거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며 "내년부터 국내 기업들도 전기자전거를 판매할 것으로 예상되고 정부도 인프라 구축을 지속할 계획이어서 전기자전거의 대중화가 한걸음 빨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래에셋증권도 그린 홈, 도시형 근거리 전기자동차(NEV), 달리는 로봇 등의 녹색성장주를 내년 증시를 이끌 테마주로 꼽았다. 미래에셋증권은 “녹색성장 정책에 따라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의 16%를 차지하는 주택시장의 변화가 불가피하다”며 “친환경 주택사업은 현재 일본 영국 등이 주도하지만 국내 건설업체들도 그린홈 도입에 동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이트레이드증권도 전기차와 2차 전지, 스마트그리드(지능형전력망) 등을 2010년을 이끌 주된 테마로 꼽았다.
◆내수경기 회복…내수·소비주 '기대'
경기 회복세에 내수·소비주인 유통 및 패션업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도 이어졌다.
성장국면에 진입한 국내 내수경기는 2010년 4.8%에 이르는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이미 지난해 8월부터는 부유층과 고소득층의 소비지출 증대로 고급소비재가 경기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런 추세가 기저효과와 맞물려 올해 상반기까지 지속된다는 전망이다.
민간소비도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심리 상승 등으로 그동안 억눌려왔던 소비 요구가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유통업종 중에서는 2010년 인터넷쇼핑몰과 슈퍼마켓 시장의 성장이 기대된다. 신영증권에 따르면 이들 업종은 내년 각각 15조원, 25조원 대 성장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백화점도 경기회복 초기국면에서 나타나는 초과소비 현상에 힘입어 지난해에 이어 상대적인 호조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의류업종은 민간소비 회복 속도 및 강도에 따라 대체적으로 양호한 업황 흐름이 전개돼 올해 상반기를 기점으로 고가 브랜드에서 저가 브랜드까지 업황 회복이 확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종렬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소매업은 적어도 상반기까지 비중확대 전략을 지속할 것을 권고한다"며 롯데쇼핑, CJ오쇼핑, LG패션 등을 최선호주로 꼽았다.
◆출구전략 지연·경기회복…금융株 탄력 예상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고꾸라진 금융주에 대한 악몽이 여전시 시장에 잔존해 있다. 그러나 정부 정책 지원 속에서 올해보다 높은 수준의 증시와 경기회복세에 금융주가 서서히 탄력을 받는 원년이 될 수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주 가운데도 은행주의 선전이 기대된다.
출구전략에 대한 글로벌 정부의 입장이 아직 우호적이지 않은 데다 정부의 은행 민영화 및 M&A(인수합병) 등 이슈에 따른 업계 재편이 예상되기 때문.
일각에선 정부의 조기 출구전략 시행 가능성 논란이 일고 있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출구전략을 섣불리 채택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건설,조선,해운 등 여전히 국내외 경기 하강 위험에 노출돼 있는 업종들이 존재하고 있는 탓이다.
이에 따라 조기 출구전략이 시행된다고 해도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실시했던 일부 예외적 조치들만 단계적으로 되돌리는 정도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일부 나라가 소폭의 금리인상을 단행했지만 우리나라는 내년 하반기께나 실시될 가능성이 높다.
은행 순이자마진은 2.6%로 2008년 수준을 회복하고, 대손비용은 과거 호황기 보다 다소 높지만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돼 은행업계의 실적개선으로 이어질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특히 정부의 은행 민영화와 론스타의 외환은행 지분 매각은 산업재편을 촉발하고, 이는 은행 주주가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준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010년 은행주는 조선·해운 부문의 잠재 신용위험을 감안한 아익 변동성 위험을 반영해도 현 주가 대비 23.5% 상승여력이 있다"며 "산업재편 과정에서 효율적 자본 활용이 가능한 KB금융과 하나카드 성장 잠재력이 기대되는 하나금융, 그리고 내년 상반기 대주주 론스타의 지분 매각 이슈가 예상되는 외환은행 등을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통신·인터넷株, 스마트폰 효과로 급성장
지난해 하반기 스마트폰 출시에 따른 통신·인터넷업종의 세력 확대도 주목된다.
지난 2001년 이후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오던 세계 휴대폰 수요는 올해 유일하게 역성장했다. 그러나 스마트폰 출시로 예전 기력을 되찾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2009년 말 국내 이동전화서비스 가입자 수는 4800만명 규모이며 이 중 스마트폰 이용자는 75만명(1.6%)으로 추정된다. 지난 11월 28일 아이폰 출시 이후 가입자 증가율이 빠른 것을 감안하면 2010년에는 5.2%(총 4960만명 중 265만명)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모바일 인터넷 시장의 본격적인 성장세가 점쳐진다.
특히 NHN, 다음, SK컴즈 등 인터넷 포탈 3사를 중심으로 모바일 검색시장 활성화에 따라 모바일 광고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2010년 국내 모바일 광고 시장은 올해 대비 31% 증가한 275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추산이다.
김동희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모바일 인터넷 시장이 애플 아이폰 출시로 급부상하게 됐다"며 "모바일 검색 및 컨텐츠 시장 성장이 인터넷 포탈 3사의 경쟁 구도를 변화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무선인터넷 시장에서도 NHN이 지배적 사업자로 우위를 선점할 가능성이 크나 다음과 SK컴즈 등과 같은 2,3위 업체와 1위 업체와의 시장점유율 차이를 좁힐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터넷 모바일 관련 통신장비, 솔루션 업체의 수혜도 전망된다.
최성환 유화증권 연구원은 "아이폰 국내 출시를 시작으로 2010년 국내 통신시장은 이전과 다른 '변화'를 겪게 될 것"이라며 "마케팅, 인프라 투자 확대를 통한 관련업계의 호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소형 통신장비 및 솔루션 업체의 수혜가 특히 예상된다"며 "이동통신사는 가입자당 월매출(ARPU)의 소폭 증가가 예상되지만, 보조금 지급 확대와 무선인프라 투자, 마케팅 비용 증가는 부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최 연구원은 유망종목으로는 통신장비 업체인 유비쿼스와 인터넷 뱅킹 인프라 구축업체로 유명한 이니텍, 팸토셀(유무선 통신융합 기술) 관련업체 영우통신 등을 추천했다.
◆원자력株, 증시 상승 '힘' 보탤 것
원자력주는 정부의 원자력 산업 육성 의지와 함께 지난 27일 아부다비 정부가 발주한 47조원 규모 원자력발전소 최종 사업자로 국내 한국전력 컨소시엄이 선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2010년 증시 상승을 견인할 핵심주로 지목됐다.
변준호 교보증권 연구원은 "이번 원전 수주는 금액이 워낙 큰데다 건설, 기계, 유틸리티 관련 기업들의 수혜가 예상되므로, 증시 측면에서 단기 상승 재료보다는 지속적인 상승 모멘텀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올해 지수 상승을 견인했던 IT, 자동차 등이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다소 주춤하면서 생긴 공백을 원자력 수혜주들이 채워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국전력, 한전KPS, 한전기술, 현대건설, 삼성물산, 두산중공업이 주목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석원 우리투자증권 연구원도 "이번 수주를 계기로 한국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과 기술력 및 안정적 운영 능력 등을 바탕으로 해외시장 진출을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며 "원자력 관련주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하 연구원은 "직접적인 원전 수혜주 외에 비에이치아이, 티에스엠텍, 신텍, 태광, 성광벤드, 하이록코리아 등 보조기기 및 피팅업체 수혜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문진영·김용훈 기자 agni2012@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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