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노동관계법 진통..노사정 제각각
복수노조·노조전임자임금·교섭방식 등 놓고 노사정 이견차
국회 여야 모두 개정안 제출…22일 다자협의 결과 ‘촉각’

연말 정국의 최대 현안으로 급부상한 복수노조 및 노조 전임자 문제에 관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작업이 갈수록 꼬이고 있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최근 노조법 개정을 위한 ‘다자협의체’ 구성에 합의했으나 개정안의 연내 처리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다자협의체에 참여하는 한나라당, 민주당 등 정치권과 노동계, 경영계, 노동부의 입장차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또 여야가 모두 낸 개정안을 놓고도 법안심사소위에서 격론이 벌어질 것으로 보여서다.

현재 국회에 제출된 한나라당의 노조법 개정안 골자는 2012년 7월부터 복수노조 시행, 교섭창구 단일화, 내년 7월1일부터 노조 전임자 임금을 금지하되 ‘노사 공동업무 및 통상적 노조활동’을 포함한 타임오프제(근로시간면제제도) 시행 등이다.

반면 민주당 민주노동당의 개정안은 복수노조 즉시 허용, 자율교섭, 임금지급 문제 노사자율 결정 등이 주된 내용이다.

이들 안을 놓고 노사정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이 모두 제각각이다. 우선 복수노조 허용에 대해 노동부 경영계 한국노총은 시행 유예를, 민주노총은 즉각 시행을 각각 주장하고 있다.

경총 한노총 측은 “파국을 막으려는 결단”이라고 말했고, 노동부 관계자는 “시행을 위한 적응·준비기간 차원에서 ‘시행유예’를 설정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 소속 추미애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은 민노총과 함께 “여권 주도안은 노동3권(단결권·단체행동권·교섭권)과 노조 자주성 확보, 노-노, 노-사 상생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뒤떨어져 있다”며 복수노조의 즉각 허용을 요구했다.

교섭방식을 놓고는 노사정의 입장차가 더욱 복잡해진다. 민노총은 “헌법에 규정된 노동3권에 따라 노사간 자율교섭으로 해결해야지 강제해선 안된다”는 입장이다.

반면 노동부 경영계 한노총 측은 교섭창구 단일화란 큰 틀에서는 공감하면서도 세부적 의견차를 드러내고 있다. 경영계와 노동부는 노조 난립을 방지코자 산별노조를 포함한 과반수 교섭대표제를 통한 창구 단일화를 주장하고 있다. 한노총은 노조의 교섭권과 쟁의권 존중차원에서 산별노조를 단일화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도 커다란 걸림돌이다. 타임오프제(근로시간 면제제도)를 적용할 것인지, 노사자율로 결정할 것인 지를 놓고 양대 전선이 형성된다. 민노총은 “국제사회 어디에서도 전임자 문제를 법으로 금지하는 나라가 없다.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는 노조의 자유로운 활동을 규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영계와 한노총은 타임오프제 원칙 도입에는 공감대를 표했으나 세부 각론에선 명확한 입장차를 드러냈다. 한나라당이 개정안에 타임오프제 적용범위를 ‘노사 공동업무와 통상적 노조활동’으로 명문화한 것이 논란거리다. 한노총은 ‘노사 공동업무’를, 노동부 경영계는 ‘통상적 노조활동’을 각각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시간이다. 노사정의 입장차로 연내 노조법 개정이 실패한다면 복수노조가 허용되고 전임자 임금 지급의 전면 금지가 당장 내년 1월1일부터 자동 시행돼 현장 노사관계에 상당한 혼란이 야기될 전망이다. 이는 여야, 재계, 노조 측 모두가 원치 않는 상황이다.

이에 국회 환노위는 22일 전체회의를 열어 여당과 야당의 개정안 모두를 상정하는 한편, 개정 논의를 위해 한나라당 민주당 노동부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민노총 한노총 등이 참석하는 다자협의체 회의도 열기로 했다. 극적인 여야의 정치적 타협이 나올 수도 있는 가능성이 아직 열려진 셈이다.

환노위 소속 민주당 김재윤 의원은 “노조와 재계, 여야 정치권 모두 법 시행에 따른 부담감이 전혀 없는 게 아니어서 이달 말쯤 극적인 합의안이 나올 수도 있다”고 피력했다.

아주경제= 송정훈 기자 songhdd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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