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車시장 지각변동<상>] 생존 전략은 ‘서바이벌’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업체들은 고강도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장기 생존능력 확보를 위한 ‘서바이벌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주된 이유는 심각한 판매 부진 때문이다. GM과 크라이슬러는 각각 28.6%와 40.0%가 줄었고 유일하게 파산을 면한 포드는 반사이익으로 18.1% 하락에 그쳤다. 도요타(-24.4%), 혼다(-20.2%), 닛산(-20.8%), 스즈끼(-17.2%) 등 일본 업체들의 판매도 곤두박질쳤다.
반면 BRICs 등 신흥시장 공략을 강화한 유럽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선전했다. 푸조시트로앵(PSA), 르노, 피아트 등은 각각 12.4%, 16.7%, 11.2%의 판매 하락률을 기록하며 선방했다. 폴크스바겐도 5.2% 하락하는데 그쳤다.
주요 9개 업체들의 올해 상반기 경영실적도 크게 악화되어 매출 총액은 3088억 달러로 전년 동기 4555억 달러보다 32.3%나 줄었다. 평균 영업이익률도 -4.8%로 전년 동기 3.8%에서 8.6%p나 하락했다.
◆합종연횡만이 살길‥M&A 늘어
M&A나 전략적 제휴도 늘고 있다. 빅3가 위기 탈출을 위해 5개(사브·허머·오펠/복스홀·새턴·폰티악)의 자사 브랜드를 매각, 청산에 나서자 유럽은 물론 중국이나 인도 등 신흥업체들이 M&A와 전략적 제휴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주목할 것은 중국의 행보다. 중장비업체 쓰촨텅중은 GM 허머 인수를, 베이징차는 사브 인수에 간접 참여하고 있다. 지리차는 세계적인 변속기업체 DSI를 5600만 달러에 인수했으며, 최근에는 중국 국영투자회사와 함께 볼보 인수도 시도하고 있다.
피아트는 크라이슬러 지분 20%를 인수했고, 폴크스바겐도 지난 7월 말 포르쉐 지분 42%를 33억 유로에 매입한데 이어, 2011년까지 나머지 지분 모두를 사들일 방침이다. 최근에는 스즈키 지분 19.9%를 사들였다.
전략적 제휴도 확대되고 있다. BMW와 다임러는 비핵심 부품과 플랫폼을 공유하기로 했다. 다임러는 도요타나 르노와 신차 개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미쓰비시와 PSA도 전기차 기술 등에서 협력키로 했다. 피아트·크라이슬러는 중국 광주기차와 합작키로 했고, 인도 타타차와 판매시장 확대를 위한 제휴를 맺었다.
신흥시장 공략도 본격화하고 있다. GM은 제일기차와 경상용차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하얼빈에 연산 10만대 규모의 공장을 내년 말 완공한다. 브라질에도 10억3000만 달러를 투입해 생산능력을 36만대까지 끌어올릴 방침이다. 인도에서는 전기차 업체 레바와 합작사를 세워 레바 전기차 기술을 시보레 스파크에 적용할 예정이다.
포드는 인도 첸나이공장 생산능력을 연간 20만대로 확충하고 중국, 태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을 글로벌 소형차 생산거점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중국에도 제3공장을 신설해 생산능력을 60만대로 확대할 계획이다.
폴크스바겐은 중국, 인도, 러시아 등 신흥 시장 입지 강화를 위해 현지 생산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르노도 인도 첸나이공장을 신설하고, 벤츠는 중국에 디자인 센터를 설립해 현지형 모델을 개발할 방침이다.
피아트도 중국 광주기차와 공동으로 5억7000만 달러를 투자해 합작공장을 설립하고 리네아, 알파 로메오 등을 가동 초기 최대 14만대까지 생산하기로 합의했다.
◆초저가-고연비차 출시 봇물
또 다른 생존전략으로는 초소형, 초저가차량 출시를 통한 인도와 태국 등 동남아 등 신흥시장 선점이다. 이미 인도에서는 초저가차 타타 나노가 출시되 시장 선점 경쟁이 치열하다.
GM은 4000달러 이하 초저가차를, 포드는 1만 달러 이하 저가차 생산을 계획하고 있다. 도요타는 8000달러 대 저가차를 연간 50만대 규모로 생산하고, 5000달러 대 초저가차 개발에도 나설 예정이다. 혼다도 8000달러 대 저가차를 태국에서 생산하고, 닛산도 1만 달러 미만 저가차를 개발하고 있다. 폴크스바겐은 6200달러 수준의 저가차를 인도에서 생산해 연간 50만대를 팔 계획이다. 르노는 3000달러 대 초저가차를 내놓을 예정이다.
친환경차와 경소형차 출시도 이어지고 있어 시장 선점을 위한 혈투가 불가피해 졌다. 도요타 하이브리드차인 프리우스(현재 3세대 판매 중)는 누적 판매가 120만대를 돌파했으며, 혼다는 하이브리드차인 인사이트를 올해 초 출시했다. 닛산과 스즈끼도 세레나와 키자시 하이브리드를 세계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전기차의 경우 하이브리드 기술력이 열세인 일본 업체들을 중심으로 개발이 본격화하고 있다. 미쓰비시는 전기차 아이미브 양산을 시작했고, 스바루는 스텔라, 닛산은 리프 등의 전기차를 차례로 투입할 예정이다. GM과 포드도 전기차 개발에 나섰고, 중국 배터리 제조업체 BYD는 F3DM 전기차를 세계 최초로 양산에 성공, 판매를 시작했다. 치루이도 전기차 S18을 시판할 예정이다.
반면 유럽은 클린디젤차에 승부수를 던지고 디젤엔진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청정 디젤엔진 기술 ‘블루텍’, 폭스바겐은 배기가스 배출을 최소화한 ‘블루모션’ 등 클린디젤 전용 브랜드를 별도로 키우고 있다. 디젤차 수요가 거의 없는 북미시장의 경우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개발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시장에서 경소형차 판매비중이 최근 20%에 육박하는 등 세계적으로 경소형차 판매가 늘고 있다. GM은 향후 2~3년내 고연비 경소형차 중심으로 모델 라인업을 재구축할 계획이다. 포드도 18개월 내 경소형차 중심의 신모델을 시장에 투입한다. 크라이슬러도 피아트의 경소형차와 파워트레인 기술을 도입키로 했다.
폴크스바겐도 경소형차급 중심으로 신 모델 출시를 확대한다. PSA는 중대형차를 단종하고 신흥시장용 고연비차 개발에 집중키로 했다. BMW도 4기통 엔진을 장착한 경소형차 라인업을 강화한다. 도요타는 초소형차 iQ 1000cc 출시에 이어 1300cc도 추가키로 했다. 여기에 고급 브랜드 렉서스와 아큐라도 각각 콤팩트차와 소형차 TSX를 출시한다.
정준화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주임연구원은 “신흥시장 선점을 위한 업체들 간의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한 만큼 (한국 업체들도) 현지 맞춤형 제품·판매·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등 新시장 공략을 강화해야 한다”며 “경쟁사와 글로벌 전략적 제휴를 확대해 규모의 경제와 비용절감을 추구,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아주경제= 김훈기 기자 bo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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